파우스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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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고수들의 진지하고 내공높은 리뷰들을 뒤로 하고
포토 리뷰 올라갑니다요

괴테의 '파우스트' 짜잔

고뇌하는 파우스트.. 쯤 되겠습니다.

다 아는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모르는게 고전.
괴테의 파우스트. 라고 알고 있지만
16세기부터 전해 오던 파우스트 전설을 괴테가 각색해서 무려 60여년동안 쓴 작품입니다.

전설상의 파우스트는 16세기에 살았다는 떠돌이 학자이고 마술과 점성술로 유명했으며, 신학, 의학에도 상당한 지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일탈적인 행동과 구전되며 과장된 일화들이 그를 유명하게 했고
악마와 계약을 맺는다는 중세적모티브가 민담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독일에서, 영국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그간의 주제였던 '인식(앎)'에의 갈망에 환장해 악마와 계약을 맺는 파우스트의 파멸은 당시의 종교관에 자연스러운 결말이었습니다.

파우스트 설화는 '괴테에 이르러서야 노력하는 자아의 발전 과정을 다룬 차원 높은 문학의 소재가 된 셈이다' 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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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서곡

주님과 내기 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우측하단의 저 뿔나고 박쥐날개 달리고 손가락 뾰족한 애가 메피스토펠레스입니다.

주님 : 그가 지금은 비록 혼미한 가운데 날 섬기고 있지만, 내 멀지 않아 그를 밝은 곳으로 인도할 것이니라.
정원사도 나무가 푸르러지면,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릴 것임을 알게 되는 법

메피스토텔레스 : 내기를 할가요? 당신은 결국 그자를 잃고 말 겁니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녀석을 슬쩍 나의 길로 끌어내리리이다.

주님 :그가 지상에 살고 있는 동안에는 네가 무슨 유혹을 하든 말리지 않겠다.
Er irrt der Mensch, solange er strebt인간은 노력하는한 방황하는 법이니까.

*인간은 노력하는한 방황한다. 괴테의 이 말이 바로 파우스트에 나오는 말이었습니다! 아!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방황하는 파우스트. 그러나 그는 끊임없이 노력함으로써 한계를 넘어서고, 신의 경지에 도달하는 인간.

1권은 '비극 제 1부'
Faust, Eine Tragoedie' 입니다.

2권 2부도 계속 '비극'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흔히 1부를 학자비극 Gelehrtentragoedie와 그레트헨 비극 Gretchentragoedie 2부를 헬레나 비극Helenatragoedie과 통치자 비극 Herrshertragoedie라고 부른답니다.



파우스트 :
아! 나는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심지어는 신학까지도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 철저히 공부하였다.
그러나, 지금 여기 서 있는 나는 가련한 바보.
전보다 똑똑해진 것은 하나도 없구나!
석사니 박사니 허울 좋은 이름만 들으며
그럭저럭 십 년이란 세월을
위로 아래로 이리저리
내 학생들의 코를 끌고 다녔을 뿐-

*그림은 서재에서 고뇌하고 있는 파우스트 프란츠 슈타센 作 입니다.
파우스트의 첫페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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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결국 부적으로 '지령(地靈)'을 불러냅니다.
(지령- Erdgeist. 지상의 모든 자연현상과 생물을 관장하는 정령)

이 그림은 괴테가 직접그린 지령의 출현장면입니다.

지령 : 나를 부르는 자 누구인고?
파우스트 : (외면하면서) 흉측한 몰골이다!
지령 : 너는 나를 힘차게 끌어당겼다.
내 영역에서 오랫동안 젖을 빨아대더니
그런데 이제는-
파우스트 : 아아! 난 그대를 감당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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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벨 켄트가 그린 지령의 출현 장면

파우스트 : 내 너를 피할까보냐, 불꽃의 형상이여?
나다, 파우스트다, 너와 대등한 존재이다!

파우스트 : 넓은 세계를 두루 떠다니는 바쁜 정령이여,
나는 참으로 그대와 가깝다고 느낀다!
지령 : 너와 닮은 것은, 네가 생각하는 정령일 뿐 내가 아니로다! ( 사라진다)
파우스트 ( 털썩 주저앉으면서) 그대와 닮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대체 누구와?
신을 닮은 내가 아니었더냐!
그런데 그대마저 닮질 않았다니!

마침 들어온 하인 바그너 때문에 지령은 가버리고 파우스트는 한탄합니다.
파우스트와 바그너의 대화중 나옵니다.
바그너 : 오, 맙소사! 예술은 길고 우리의 인생은 짧습니다. 비판적인 연구에 몰두하고 있을때면, 종종 머리와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 히포크라테스의 말이긴 하지만,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그리고 롱펠로우가 브라우닝이 작품에서 해서 유명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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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메피스토펠레스를 만나다.

성문앞 잔치에서 따라온 검정 삽살개, 메피스토펠레스
안개속에서 마구 변신하여 여행하는 학생차림으로 파우스트 박사앞에 나타난다.

파우스트 : 그렇다면 이것이 바로 삽살개의 정체였군! 여행하는 학생이라? 거참 웃기는군
파우스트 : 자네 이름이 뭔가?
메피스토펠레스 : 그 질문은 시시한 것 같은데요. 말(言) 이란걸 그다지도 경멸하시고 일체의 외관을 훨씬 초월해서 본질의 깊은 곳만을 탐구하시는 분으로선 말입니다.

파우스트 : 너희 같은 부류에 대해선 이름만 들어도 대강은 정체를 짐작할 수 있지. 파리의 신, 파괴자, 사기꾼이란 이름만 들어도 그 얼마나 분명하게 알 수 잇겠는가?
그건 그렇고, 자넨 대체 누군가?

메피스토펠레스 : 항상 악을 원하면서도
항상 선을 창조해 내는 힘의 일부분입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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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를 다시 찾은 메피스토펠레스

메피스토펠레스 :
나, 고상한 귀공자 차림으로 여기에 왔습니다.
빨간 옷에 금박의 장식을 하고,
사각사각대는 비단 외투를 걸치고,
모자에는 수탉의 깃털
길고 뾰족한 칼도 하나 찼답니다.
요컨대, 다신에게 권하노니
당장 나와 같은 복장을 하시지요.
그러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인생이 어떤 건지 체험할 수 있을 겝니다.

.
.
파우스트 : " 나, 한가로이 침상에나 누워 뒹군다면
당장 파멸해도 좋으리라!
자네의 감언이설에 속아
자기도취에 빠지거나
관능의 쾌락에 농락당한다면,
그것은 내게 최후의 날이 될 것이다!
자, 내기를 하자!
메피스토펠레스 : 좋습니다.

파우스트 : 이건 엄숙한 약속이다!
내가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말한다면,
그땐 자네가 날 결박해도 좋아.
나는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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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의 아우어바흐 지하술집을 지나
마녀의 부엌에서 20대 청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물약을 마시고
거리로 나가 마르가레테를 만난다.

파우스트 : 아름다운 아가씨, 감히 제 팔을 내밀어 당신을 댁까지 모셔다 드려도 되겠습니까?
마르가레테 : 저는 아가씨도 아니고, 아름답지도 않아요.
데려다 주지 않아도 집까지 갈 수 있어요. ( 뿌리치고 가버린다)

황홀해하던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 저 처녀를 손에 넣게 해주게!' 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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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오버랜더의 희화화된 '파우스트와 마르가레테 '

마르가레테 : 잠깐만요! ( 별꽃 한 송이를 꺾어 꽃잎을 하나씩 뜯어낸다)
파우스트 : 뭘 하는 거지요? 꽃다발인가요?
마르가레테 : 아녜요. 그저 장난을 하는 거예요.
파우스트 : 어떻게?
마르가레테 : 저리 가세요. 아마 웃으실 거예요.
(꽃잎을 뜯으며 중얼거린다)
날 사랑한다 - 사랑하지 않는다 - 사랑한다- 않는다-
(마지막 꽃잎을 뜯으며 기쁨에 넘쳐)
그이는 날 사랑하신다!

파우스트 : 오, 인간에게 완전함이 부여되지 않음을
이제 나는 느끼노라.
녀석은 내 가슴 속에 열심히 부채질하여
저 아름다운 자태를 연모하는 거친 불길을 타오르게 한다.
그리하여 나는 욕망에서 향락을 향해 비척거리다가,
향락 속에선 또다시 새로운 욕망을 그리워하고 잇다.

메피스토펠레스 : 당신은 이제 그런 삶을 충분히 맛보았겠지요?
오래 끈다고 해서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한 번쯤 시험해 보는 건 좋겠지요만,
다시금 무언가 새로우 걸 시작해 봐야죠!
파우스트 : 이 좋은 날 나를 괴롭히기보다
더 많은 일이 자네에게 있었으면 싶네.


그레트헨(마르가레테)를 버리고, 살인을 하고 메피스토펠레스과 길을 떠나는 파우스트

파우스트 : 비참하구나! 절망이로다! 오랫동안 가엾게도 세상을 방황하다가 이제 잡힌 몸이 되다니! 박복하지만 착한 그녀가 죄인이 되어 감옥 속에서 너무나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구나! 그 지경까지 되다니! 그렇게까지! - 이 배신자,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놈! 지금껏 그 사실을 숨겼더란 말이냐! - 그래, 그렇게 우두커니 서 있기나 해라! 원망스럽다는 듯 악마의 눈알을 네 머리통에서 이리저리 굴리기나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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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가레테 : 전 어머니를 죽였고,
우리 아기를 물 속에 빠뜨렸어요.
그 애는 당신과 제게 내린 선물이 아니었던가요?
당신에게도 말예요. 정말 당신인가요? 전 믿을 수가 없어요.

파우스트 : 제발 정신 좀 차려요!
한 걸음만 나가면 자유롭단 말이오!

메피스토펠레스 : (파우스트에게) 갑시다! 가요 !아니면 그 계집과 함께 내버려두겠소.
마르가레테 : 저는 당신의 것입니다. 아버지시여! 절 구원하소서!

메피스토펠레스 : 그녀는 심판받았소!
목소리( 위로부터) : 구원받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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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보다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메피스토펠레스도, 1부 까지는 그리 사악하지 않고,
그저 장난질치는 귀여운(?!) 악마.
게다가 파우스트 형편 다 봐주고
파우스트가 나쁘구만. 이란 생각이 들어버린다.

'대작 '파우스트' 에 담겨 있는 사상은 한 마디로 요약하기 어렵다.... 작품의 평가와 수용에 있어 시대와 독자에 따라 나름대로의 기준과 관점이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괴테가 말하길
'그들이 와서, 내가 [파우스트]에서 어떤 이념을 구현하려 했느냐고 묻는다. 마치 나 자신이 그것을 알아서 말해 줄 수 잇는 것처러! 천국으로부터 속세를 거쳐 지옥에 이르는 과정- 이것이 아쉬운대로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념이 아니다. 행위의 과정일 뿐이다. 나아가, 악마가 내기에서 졌다는 것,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이 힘든 과오의 길로부터 보다 나은 것을 지행함으로써 구원받는다는 사실 그것도 보다 효과적이고 많은 것을 일러주는 사상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전체, 혹은 개개의 장면에서 특별나게 기본이 되는 이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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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3-14 14: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좀 귀엽긴 합니다...

2006-03-14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6-03-14 15: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감사합니다. ^^; 저도 계속 헷갈리고 있걸랑요.
메피님, 네? 뭐라고요? 안들려요

하이드 2006-03-14 2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림 있는건 첨본듯합니다. 산지 꽤 되었는데, 이제야 알았어요. 읽는재미가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