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기분이 무척 다운되어서 예쁘고 귀엽고 쓸데없는 걸 사자고 마음 먹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결국 산 것은

 

아빠에게 보낼 배경지(black)과 내가 쓸 배경지(white) 일단 우리집으로 다 배송시키고, 둘 다 사진 찍어본 후에 엄마 짐 보낼 때 제주로 보내야겠다. 두 개 한꺼번에 주문해야 배송비도 안 나왔다고. 

 

아빠가 어제 짬뽕 먹으면서 사라고 한 보조배터리. 샤오미 20000을 사고 싶었는데, 어디 파는데도 해외직구밖에 없고 해서 샤오미 16000을 사서 보냈다. 키보드에 이어 이렇게 아빠가 사라고 하는 것들은 아빠가 빌려준 돈에서 까나가고 있... 아빠 신문이 잘 되고 있고, 성과도 가시화되고, 인지도도 배로 늘어나고 있는 김에 나 책 만드는 워크샵 비용 보태주면 잘 배우겠다고 해서 워크샵 비용 받아 배너 같은거 만들어주고 있다. 이거도 의뢰하면 5만원이라고 하는데, 잘 써먹어주십시요. (꾸벅)

 

여튼, 귀엽고 쓸데없는 것.을 사는 것도 늘 해야지. 이렇게 간만에 하려고 하니 필요한 것..것도 아빠 필요한 것만 사고, 내 꺼 사야 하지만 미루고 있었던 것을 낑겨서 겨우 사는 정도가 되어 버렸다. 반성. 게다가 애인이 내가 지향하는 '물건 필요한 것만 사기'의 의인화된 것 같은 인물이라 뭐 살 때 한번 더 생각하게 되기도 하...지만,내가 빡친건 애인 때문이니 사기로 한다. 뭐 사지?! 뭐 사지?!

 

아침에 기분 좋게 '오늘 아침도 사랑해' 로 시작했는데, 어쩌다가 내가 '너가 내가 만났던 사람들 중에 제일 통통해' 같은 이야기와 전 애인들의 핫바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버리게 된 걸까. 어제 '너가 정상체중이 되려면 어쩌구 저쩌구' 할때부터 거슬리기 시작했는데, 내가 내 몸에 대한 이야기 상관 안 한다고 했고, 애인도 '내 몸도 내 맘대로 못 하는데, 내가 너 몸에 대해 어떻게 상관하게어' 라고 했지만, 다시 운동 시작하고, 식단 조절하면서 '배고파'와 '운동' 만 하루종일 생각하는 애인인지라 대화 주제가 본인 몸이 아니라 내 몸.이 된다고 해도 이상한건 아니지만, 엄마가 인신공격성으로 나한테 늘 살 빼라고 하는건 (대처방안 : 잔소리 할려면 요가라도 끊어주시던가. 샐러드라도 사시던가. 돈 주면 잔소리 들어줌. 즉, 잔소리 할때마다 돈달라고 했더니, 그 동안 그렇게 지랄지랄 해도 계속 생각없이 내뱉던 말들이 쏙 들어갔다. ) 짜증이 좀 날뿐이지 데미지가 적었지만, 좋아하는 사람한테 들으니 기분이 아주 개떡같았다. 예전부터 전 애인들의 미모와 핫바디 이야기 할 때 (안 궁금하고, 재미도 없고, 듣기도 싫어요)  그냥 넘어갔더니, 얘기 꺼내는거 구질하다고 계속 얘기 안 하면, 내가 앞으로 뭔소리를 듣게 될지 상상도 안 되서 기분 나쁘다고 딱 이야기했는데도, 계속 기분 나쁘네.

 

친구한테 전화 걸어서 한바탕 했는데, 현명한 친구는 애인편을 들어주고, '니가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뚱뚱해' '가장 못생겼어' 같은 이야기 보통 흔하게 듣는거라며.. 헐... 그런 이야기 듣고 있지 말라고! 난 안 들을꺼라고.

 

몸 이야기 하는 거 괜찮다, 상관 안 한다고. 했지만, 나는 사실 PC에 예민한 편이므로 (예민하지만, 내가 늘 능숙한 건 아니라 얘기해주는 건 땡큐) 타인의 몸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걸 무지 싫어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애인이니깐 괜찮은 부분들도 있지만, 애인이라서 더 들으면 상처 되는 얘기도 있다.

 

며칠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애인의 몸을 정말 좋아하고, 늘 멋져, 최고야, 좋아, 예뻐, 입에 달고 사는데, 상대방은 무신경하게 (만났던 사람들 중에) 제일 통통해, 이전에 만났던 ㅇㅇ와 ㅇㅇ의 몸매 이야기, 당신이 정상체중 되려면,  같은 걸 그동안 들어주고 있었다니 배신감 느껴져.

 

좋아하니깐 약해진다.

어제 양재 경매장 가서 생각난건데,

 

엄마한테 전화 와서 센터 가져갔던 수국 어레인지 정도 만들려면 얼마 정도 하냐고 그래서 조화는 5-7만원 (엄마가 가져간게 재료비만 5만원 정도였다) 생화는 5만원 정도. 라고 했더니, '그렇게 비싸면 안 사지' 그러길래, '사지 말라 그래.' 누군 산에가서 꽃 꺾어서 만들어 내는 줄 아나' 하고 끊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엄마는 가장 가까이서 내가 고생하는거 다 보고, 꽃값 얼마나 비싼지도 다 봤으면서 꽃일하는 내내 내 일을 후려치고, 가치없는 일로 만들었다. 그리고 아빠는 .. 아빠는 내 일을 창피해 한다. 너무나 느껴져서 ㅎㅎ 누구한테 소개할일 있으면,  '미국계 은행 과장까지 일하다가' 가 빠지지 않고, 말도 안 되게스리, 글도 쓰고, 사진도 찍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마지막에 플라워 디자인 하고 ..' 를 슬쩍 붙이는 식이다. 몇 번 보고 나니, 그것 역시 그러려니 한다. 내 일을 후려치는 엄마와 나를 창피해 하는 아빠. 부모라면 더 응원하고, 서포트해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지만, 뭐, 그런 사람들인거니깐.  이것 역시 데미지 별로 없음. 아, 근데 이 얘기 하니 친구가 부모들은 원래 다 그래. 그래서, 그런가. 하고 또 알게 모르게 위로를 받았다. 여튼,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족이나 남들이 어떻게 보는지가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고 생각해 왔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내 일을 부끄러워 하거나 ( 안 그럼. 꽃일하는거 친구들에게 자랑한다.) 폄하한다면 ( 이것도 안 그럴꺼라고 믿음) 그건 좀 데미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런거 아는데, 굳이 그런 것까지 상상하며 스트레스 받을 일 없으니 생각은 거기에서 멈췄지만, 오늘 아침일까지 겪고 보니, 아, 좋아하니깐, 사람 마음이 약해지네.

 

사랑을 하게 된다는 건 상대방에 대해서도, 나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는 일인 것 같다. 나로서는 몰랐던 '나' 에 대해서 계속 알게 되는 부분들이 놀랍다.

 

누구나 말실수할 수 있고, 나를 너무 편하게 생각해 오버한 걸 수도 있고, 본인이 심리적으로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고, 유일하게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기도 하니, 좋아하는 사람의 몸도 신경 안 쓰기 힘들겠다 싶기도 해서, 이해하고, 화 풀려고 노력하고 있긴한데, 애인한테 한바탕 하고, 친구한테 전화해서 한바탕 하고, 이렇게 글로 써도 화가 가라앉지 않는 걸 보니, 사실은 내가 내 몸을 약점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을 경멸하고, 의 엄청난 역린이었던게 아닐까. 나만 좋아해서 잘 포장해서 묻고 있었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건드니깐 파헤쳐져 버린게 아닐까 생각하며, 전화 거부하고 있는 중이다.

 

아.. 약이나 챙겨 먹어서 내 몸의 balance 찾아야지. 웰빙에 좋다는 약을 주문했는데, 알약이 아주 크고, 냄새가 역하다. 배고픈데, 더 반찬 7데이는 언제나 오나. 우체국 아저씨. 제가 열렬히 기다립니다!

 

이번 주 안에 사진집 아웃라인도 나와야 하고 (미친 스케줄이라고 생각하지만, 처음이 어렵겠지) 오늘 안으로 5월 시즌까지의 어떤 일을 제안하기로 했다. 돈도 시간도 일도 고민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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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못드는밤 2016-02-18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엽고 쓸데없는 것이라면 우리 아이, 우리 강아지정도일까요?ㅎㅎㅎ 저는 더 심한 부모님을 둬서 나는 그런 부모가 되지 말아야지 하고 굳은 결심을 했습니다.그래도 역시 닥치니까 쉽지는 않지만, 아이에대한 욕심을 버리고나니 굉장히 사랑스럽고 재미있고 멋진 아이가 제 곁에 서있더군요^^ 제 부모님도 저와 그렇게 지냈다면 훨씬 멋진 날들을 보낼텐데 말이죠...자신의 욕심스런 이상형을 위해 정작 내 자식을 똑바로 마주봐주지 않는것은 어리석은 일인 것 같습니다, 후후...

하이드 2016-02-19 04:57   좋아요 1 | URL
아, 저는 정말로 귀엽고 쓸데없는 거를 샀습니다. ㅎㅎ 쓸데없는건 아니지만, 웃기게 생긴 바바파파 티를 하나 샀거든요. 밤에 잘 때나 입어야 할 것 같은 과한 귀여움에 밤에 화장실 가다가 깜깜한데 만나면 놀랄 것 같은 그런 바바파파 티셔츠에요. ㅎㅎ
생각해보면, `부모`라는 이름에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기대고 있는 것만도 충분히 넘치게 감사하지요. 살아온 시대가 다르고, 사람이 각기 다르듯 부모와 자식도 그 마음이 같을 수 없겠죠.

잠못드는밤 2016-02-22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바파파.ㅎㅎㅎ 저는 캐릭터를 좋아해서 쓸데없지 않습니다 ㅎㅎㅎ 생각해보면 귀여운 것은 큰 적입니다. 저는 귀여우면 뭐든 용서하거든요ㅎㅎㅎ 우리 아이의 가장 큰 무기는 터무니없는 귀여움이에요ㅎㅎㅎ 그래도, 이 귀여움으로 무장한 녀석을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 항상 부모로써 돌봐줘야하는 부분과, 자식으로서 독립해서 성장해야 하는 부분이 겹치지 않도록 노력은 하고 있는데 쉽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