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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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670여페이지에 달하는 이 긴 소설은 지금까지 내가 접해보지 못한 종류의 소설이었다.
'네가족 몰살사건' 을 조사하는 무인칭의 화자가 사건의 진행을 르포 형식으로 되짚어 간다. 그 과정에서 사건과 그 정도의 차이를 두고 관련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과 관련된 사람들. 사건에서 뻗어나가는 그 인맥의 선들이 이리저리 이어져 결국 '범인' 에게까지 가게 되면서 그 모든 방사선은 완결된다.

사회추리소설이라고도 할 수있는 이 작품에서 지은이가 공들이고 있는 것은 '부동산 경매'이다.  그 시스템의 헛점을 이용하는 법의 탈을 쓴 범법자들. 선의의 피해자, 가해자,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 '죽음'이라는 극단까지 가게 되는 사건이다.

사건은 벌어지고,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경과와 결말을 관련인물들의 입을 통해서 되짚어보게 되는데, 이 작품이 흔히 말하는 페이지 터너는 아닐지라도, 실제로 사건이 진행되는 그 추이는 엄청 실감나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하룻밤 자고 나면, 책 속에는 또 다른 뉴스가 나와 경악케 하고, 또 그다음날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어, 사건이 해결되는 것을 며칠에 걸쳐, 실제 책 속에서는 몇달에 걸쳐,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내가 보는 이 작품의 키워드는 '가족'이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넘어오면서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생기는 불협화음들. 
시간은 '흘러가는 것' 이지. 저 순간부터 이순간까지, 그리고 이순간부터 다시 시작해서... 하는 식으로 그 시대구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매스컴과 사회의 시스템은 '효율적이 되어라' 고 목소리를 높이고,
따라가고자 하나, 발목을 잡는 구시대의, 혹은 구세대의 가치관.

겉으로는 문제없이 돌아가는듯 하여도, 속을 알고 보면, 이 사회의 가장 작은 구성단위인 가족내의 엄청난 갈등들이 모이고, 모여서 멀쩡해 보.이.는. '사회'를 이루고 있다.

그 꼼꼼한 조사와 구성은 말할것도 없고, 미야베 미유키의 사람의 내면을 묘사하는 능력이 너무나 탁월하여, 읽는내내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책을 만나게 되면, 좋다. 읽어봐라. 고 말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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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9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6-02-09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라도 오타를 안내면 손구락에 가시가 돋아서요 ^^:;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