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이지부터...
최소 수천권은 읽었지만, 다독가는 아니다.

기준을 확 높여주는 멘트다.


여섯번의 읽기 강의로 이루어져있다.
`읽다` 읽기 시작.


세계문학전집의 번호매기기가 작품의 중요성에 따른 질서부여라.. 민음 1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문동은 `안나 카레니나`에서 시작한다고.

무모하거나 앞뒤 가리지 않는 돈키호테를 ˝책에 미친 자, 광적인 독서가로서의 돈키호테, `너무 많이 읽고`, 읽은 것을 `너무 많이 믿는` 자로서의 돈키호테˝ 로 보는 것이 흥미롭다. 같은 챕터에 등장하는 보봐리부인 또한 `너무 많이 읽는` 자이다.


보르헤스에 따르면 "고전은 클라시스classis,즉 전함이나 함대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합니다. "고전은 질서 정연한 책입니다. 배를 탈 때는 모두 그래야 합니다."

이탈로 칼비노는 이런 정의도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고전이란, 사람들로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실제로 그 책을 읽었을 때 더욱 독창적이고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 창의적인 것들을 발견하게 해주는 책이다."

독서는 우리가 굳건하게 믿고 있는 것들을 흔들게 됩니다. 독자라는 존재는 독서라는 위험한 행위를 통해 스스로 제 믿음을 흔들고자 하는 이들입니다.

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교양인의 책 읽기>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독서는 자아를 분열시킨다. 즉 자아의 상당 부분이 독서와 함께 산산이 흩어진다.
이는 결코 슬퍼할 일이 아니다."

책을 읽는 매 순간, 우리는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조금 더 읽겠다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렇게 해서 한 권의 책을 끝내게 됩니다. 완독이라는 것은 실은 대단한 일입니다. 그만 읽고 싶다는 유혹을 수없이 이겨내야만 하니까요.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REBBP 2015-12-02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다로 약간 실망해서 이후 책들은 안샀는데 이 글보니 맘이 바뀌는군요

icaru 2015-12-0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보다, 말하다 까지는 좋았는데, 읽다 는 지지부진한 상태예요 ㅎㅎ;;
지금 제 `상황`하고 읽다, 라는 책하고 이상하게 합(?)이 안 맞는 거 같아요. ㅎ~
그런데,,, 다시, `읽다`를 잡고 싶게 만드는 페이퍼네요

blanca 2015-12-02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대목 읽고 신기했어요. 그런 식으로 출간 번호가 매겨진다는 게 참 놀랍더라고요. 아직 다 읽지 못했는데 마저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