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반지의 제왕' 톨킨의 단짝친구였던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를 읽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많지만 그 중 가장 큰 두 가지는 기독교 알레고리와 책을 읽는 순서일 것이다.


첫째로, 기독교 알레고리. 기꺼이 기독교 알레고리로 책을 해석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아무 배경지식 없이 소년 소녀들의 모험기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아무 배경 지식이 없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어버린 나 같은 사람은 어릴때 접한 것이 아니라, 자랄만큼 자라서 본 것인지라, '반지의 제왕' 에 비해 동화책이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 책에서 기독교 알레고리를 안 찾는게 더 어렵다.

두번째로, 책의 순서.
일곱권의 출간순서인 '사자와 마녀와 옷장' → '캐스피언 왕자'→ '새벽 출정호의 항해'→ '은의자'→ '말과 소년'→ '마법사의 조카'→ '마지막 전투'
에 비해 실제 나니아 세계의 연대기적 순서에 의해 새로 나온 '나니아 연대기' 의 순서는 '마법사의 조카'→ '사자와 마녀와 옷장'→ '말과 소년'→ '캐스피언 왕자'→ '새벽 출정호의 항해'→ '은의자'→ '마지막 전투' 이다.

마지막 권인 '마지막 전투' 과 '새벽 출정호의 항해' 에서 '은의자'로 넘어가는 순서를 제외하고는 뒤섞인 순서이다. 이에 대해 1957년 루이스에게 편지를 썼던 미국의 어린남자아이는 '연대기순으로 읽는 것이 좋겠구나' 라는 답장을 받았으나, 루이스의 편지는 말미에 '어떤 순서로 읽어도 상관없다' 라는 결론이다.  

각각의 독립된 모험과 스토리이므로, 전편의 이야기들이 나올지언정, 맘 내키는대로 어떤 순서로 읽어도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나 개인적으로는, 재미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출간순서를 권한다. 반전이나, 새롭게 밝혀지는 사실들에 놀라는 재미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연대기적인 순서로 읽는다면, 더 강력하게 기독교적 알레고리를 볼 수 있다고도 하는데, 앞서 첫번째에서 이야기했듯이 기독교적 알레고리를 찾건, 안찾건, 무시하건, 말건 독자의 몫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서인지, 착한이와 나쁜이의 구분이 분명하고,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에서 보았던 악한의 어두운 마음의 소용돌이 따위는 찾아 볼 수 없다.

새로 개봉하는 '사자와 마녀와 옷장' 에서 루시, 에드먼드, 수잔, 피터 네 남매는 시골의 늙은 교수 집으로 보내지고, 그 오래된 저택의 옷장에서 '나니아' 라는 세계로 가는 입구를 발견한다. 사실상 가장 먼저 쓰여진 책이고 타임지의 100대 영문학 소설에 들어가기도 한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독자들에게 '나니아' 란 세계를 소개하고 만나게 하는 첫 작품이다. 우리 주위의 평범한 소년소녀인 루시네 남매들은 그곳에서 백색마녀의 지배를 받고 있는 '나니아'를 구한다. 사자의 모습을 한 나니아 세계의 왕인 '아슬란'을 처음 만나 도움을 받는다.  

다음편인 '캐스피언 왕자' 에서
다시 현재의 세계로 돌아와 있던 그들 남매는 나니아 세계가 위험에 닥쳐 그들을 부르자, 다시 마법처럼 나니아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온갖 신기한 말하는 동물과 식물들의 세계였던 나니아는 인간들의 지배에 몸살을 앓고 있고, 진정한 나니아의 왕인 쫓기고 있는'캐스피언 왕자'를 왕으로 올리기 위한 모험이 계속된다.

'새벽출정호의 항해' 에서
수잔과 에드문드는 심술궂은 사촌 유스터스의 집에 방문해 있다가 바다 그림이 있는 액자 속으로 끌려들어가 전편의 캐스피언을 만나게 된다. 아버지대의 충신들을 찾으러 세상끝으로 항해를 하는 그들과 함께 버렁지는 모험. 계속 심술궂고 배배꼬인 유스터스는 그가 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나게 된다.

'은의자' 에서
이제, 처음 나니아 연대기에 나왔던 네 남매는 나오지 않는다.
유스터스와 그의 친구 질은 힘센 못된 친구들에게 쫓기다가 아슬란의 부름을 받아, 나니아 세계로 떨어지게 된다. 사라진 왕자를 찾아 거인나라로, 지하세계로 모험을 떠나게 된다. 1편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처럼 마녀와 ( 이번엔 초록) 마녀와 싸우는 유스터스와 질 폴. 그리고 릴리언 왕자. 완전히 용감해진 유스터스와 처음 나니아의 세계에 떨어진 질의 활약상이 최고다.

'말과 소년' 에서는 자신을 팔아버리려는 가짜 아빠 에게서 도망치는 소년 샤스타가 주인공이다. 우연히 만난 나니아에서 납치된 말하는 말 브레와 계약결혼을 피해 도망치는 아라비스와 역시 납치된 말하는 말 휜과 함께 하는 모험 이야기. 이야기의 시대는 맨 첫편 '사자와 마녀와 옷장' 에서 나니아로 떨어져 나니아를 통치하고 있는 피터제왕과 그 동생인 왕과 왕비들이 나니아를 평화롭게 다스리는 시대로 돌아간다.

합본판인 [나니아 연대기]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마법사의 조카' 는 출간 순서대로 읽으면 여섯번째 책이다. 그 동안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 루시네들이 장롱을 통해 백색마녀가 통치하는 나니아로 갔던 일. 그 후로 아이들이 나니아와 우리 세계를 오고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마지막 전투' 에서의 의외의 결말은 독서하실 분들을 위해 남겨둔다.  

어른이 되어 어린이책을 읽는데는 감수해야할 위험이 있다. 책 속의 세계가 신기하지도, 책 속에서 하는 말에 혹할만큼 순진하지도 않을뿐더러, 교훈적인 '-해라'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다' 는 류의 이야기에는 쓴웃음이 지어지니 말이다. 그러나 이 책 나니아 연대기는 어른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글자가 많고 두껍기 때문만은 아니고, 이 책을 읽는 동안 아름다운 나니아와 나니아의 국민들을 만날때, 두꺼운 책을 손에 쥐나게 들고 읽으면서도 순수한 웃음짓게 만들고, 어린아이들의, 동물들의 입을 빌려 나오는 가장 단순한 진리를 새로이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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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12-13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슬란이 만사해결....그것만 빼면 만족스러웠는데.

하이드 2005-12-13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어쩌겠어요. 지저스 크라이스트!
근데, 책 읽는 동안, 나름 웃기고, 즐거웠어용~

Kitty 2005-12-14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니아는 정말 보고싶어요. 영화가 먼저냐 책이 먼저냐! 그것이 문제입니다..;

BRINY 2005-12-14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자와 마녀와 옷장 애니메이션으로 나니아 입문했고, 가장 먼저 손에 넣은 단행본도 사자와 마녀와 옷장이어서, 나니아 이야기 시작은 '절대' 사자와 마녀와 옷장이라고 외치는 바입니다^^

하이드 2005-12-14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kitty님, 당근 책이 먼저여야죠!!
Briny 님, 저두요저두요!

어릿광대 2005-12-23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두꺼운 걸 벌써 다 읽으셨다니...난 언제 읽나 싶은데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