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이 자리는 원서 < A Centenary Collection of stories by Cornell Wollrick ; NIGHT & FEAR> 의 편집자 프랜시스 네빈스 Francis M. Navins의 뛰어난 서문이 있어야 할 곳이다. 하지만 단편의 내용이 서문에 언급되기도 하고 글 자체가 워낙 작가, 작품에 대한 상세하고도 넓은 시각을 제공하기에, 만약 울리치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각 단편을 모두 읽고 서문을 읽어도 좋을 듯하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졸문으로 이 자리를 대신하기로 한다.
코넬 울리치의 작품은 국내에 그리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 그나마 쉽게 구할 수 있는 작품은 그 유명한 <환상의 여인>이나 <상복의 랑데부> <죽은 자와의 결혼> 그리고 단편 한두 편 정도이며 몇몇 장편과 아동용으로 번안된 작품 등은 모두 절판됐다. 하지만,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다른 작가들(대실 해미트, 존 딕슨 카, 도로시 L. 세이어스, 등) 에 비해 그 명성만은 유별난 데가 있다. 아마 <환상의 여인> 때문인 듯한데, 이 작품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엘러리 퀸의 과 함께 국내 추리소설 독자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본명 '코넬 울리치' 보다는 국내 팬들에게 '윌리엄 아이리시'가 더 익숙한 이름이기도 하다.
600여 권의 추리소설 문고로 유명한 하야카와 문고의 <미스터리 핸드북>에서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서양 고전 추리소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환상의 여인>은 코넬 울리치의 모든 장점이 강력하게 발휘되는 명작이다. 누명을 뒤집어 쓴 남자가 있고 모든 진실을 밝혀 줄 여자는 환상처럼 사라진다. 작가는 시간의 흐름을 눈앞에 들이밀며 독자들을 초조함 속에 빠뜨리고 진실을 찾기 위한 두 남녀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어두운 거리를 달린다.
이미 전설로 남은 <환상의 여인>은 코넬 울리치 아니 윌리엄 아이리시의 이름을 한껏 드높이긴 했으나 마땅한 다른 작품이 소개되지 않은 국내 추리소설 시장에서 작가에 대한 고정된 시선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국내 독자들에게 코넬 울리치는 '서스펜스의 거장' 이지만, 일상에서 공포와 두려움을 끌어내는 그 탁월함은 아주 작은 부분밖에 소개되지 않았다.
2004년에 출간된 <밤 그리고 두려움>은 코넬 울리치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편집과 서문을 담당한 프랜시스 네빈스는 이미 코넬 울리치에 관한 다른 저작 (1988)으로 1989년 에드거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코넬 울리치가 추리소설 작가로서 기반을 다졌던 1930년대부터 원숙해진 모습을 드러낸 1960년대까지, 작가가 추리소설 작가로서 활동했던 모든 기간을 샅샅이 뒤져 작품을 선별했고 그 작품을 통해서, 작가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려 애썼다. 작품, 작가를 넓게 아우르는 편집자의 서문과 단편마다 곁들여진 상세한 후기를 읽고 작품을 다시 대하면 작가의 삶과 작품의 궤적이 한데 겹쳐지고, 각 단편이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단편집을 통해 국내에 비교적 평면적인 모습으로 알려져 있는 코넬 울리치가 다시 조명을 받아 입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 확신한다.

서문이 아닌 어설픈 편집자 후기가 되는 것을 각오하고 몇자 더 붙이자면 국내판 편집자가 아닌, 역시 시선이 제한된 국내 추리소설 독자로서, 코넬 울리치의 미발표 단편들을 소개하는 것이 무척이나 감격스러웠다. 원서의 편집자 프랜시스 네빈스는 코넬 울리치를 '그림자 속의 시인' 이라고 평했다. 그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것 같다.
윤영천 ( www.howmystery.com)
"He was the Poe of the 20th century and the poet of its shadows, the Hitchcock of the written word..."
Francis M. Nevins
훌륭한 '서문을 대신하여' 다.
하지만, 역시 프랜시스 네빈스의 원 서문이 궁금하다.
엊그제 Bye 2005 amazon 쇼핑을 올렸구만, 사고싶어져버렸다. 샀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