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종일 알라딘 서재에 들어올 수  없었다. 컴퓨터를 껐다 켜도, 크롬을 써도 익스를 써도, 백신 프로그램을 돌려도 안 되고, 처음에는 한 다섯번 누르면 한번쯤 화면이 뜨더니, 나중에는 열번에 한 번. 밤 즈음에는 포기하고 다른 블로그를 찾아봐야지 생각했다. 글을 못 쓰는 것도 답답하지만, 여기 내가 나에게만 의미있는 지난 십여년간의 글조각들이 잔뜩 있는걸. 슬슬 글들을 지우고 다시 끌어내고 정리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갑갑했던건 알라딘 '나의 서재' 의 각 글만 못 들어갔다는거. 그 외 모든 내가 매일같이 쓰는 사이트들은 다 들어가졌다. 왜지? 왜? 이석원 책에 대한 글을 쓴 것이 지워졌는데, 초반에 마구 깠던게 지워졌고, 다 읽고 덜 싫어졌다고 쓴 것도 공평하게 지워졌다. 여튼 깠다는 이야기만 썼으니깐 마무리 하긴 해야 하는데 결국 다른 서점에 리뷰를 쓰고, 나중에 페이퍼로 쓰...게 될지는 모르겠다만.

 

그리고 어제 읽은 책은 장석주의 <일요일의 인문학>이었다. 그래, 일요일 되니깐 생각나더라. 지난주 일요일 읽으려고 방에 들여놨다가 (신간들 방에도 못 들어오고 거실 박스 안에...) 일주일 지난 일요일에 또 생각나서 꺼내어 책상옆으로 올려놓았다.

 

장석주의 글이 정말 맘에 든다. 호불호 갈린다고 했는데, 내가 이 저자의 글을 왜 싫어해던걸까 싶을 정도다. 근데, '불면의 등불..'과 같이 나왔던 신간은 별로였으니깐, 어쨌든 내게 장석주 책의 호불호는 갈린다.

 

지난번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가 정말 좋았다고 했는데, 읽고 있는 중이지만 '일요일의 인문학'은 더 좋다. 제목에 '인문학' 들어간거 빼고. '일요일' 들어간건 좋다. '일요일'은 좋은거니깐.

 

서너장 정도의 짧은 챕터인데, 한문장 한문장 필사해두고 싶다.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오전에 어울리는 글을 옮겨둔다.

 

나는 산책자다. 날마다 걸으며 눈길 안으로 들어오는 거리, 도시, 풍경들을 보고,듣고, 맛보고, 만지고, 느끼며 포식한다. 그것은정신의 나태에 따른 비만을 예방하는 건강한 포식이다. 나는 목적이나 쓸모를따지지 않고 걷는 걸 좋아한다. 야외에서 햇빛과 바람 받기를 즐기기 때문이다. 나는 식물이 아니므로 굳이 광합성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걸음에 집중하며 내면으로 흐르는 여러 생각에 골똘해진다. 나는 이것을 '내면의 광합성'이라고 부른다.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다리가 흔들어 주지 않으면 정신은 움직이지 않느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우리는 걸으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걷는다. 길에서 얻는 것은감 각의 환대, 느낌들의 풍요이다. 실내에서 야외로 나와 걷는 일은 분명 생각에 예기치 않은 활기를 불어넣는다.

 

저기 걷는 자의 씩씩한 걸음걸이를 보라! 걸음걸이는 삶의 환희와 약동을 표현한다. 걷는 자가 가장 느리고 공해가 없는 에너지를 쓴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걷기가 속도와 기계에 대한 소극적 저항이자 전통과 느림에 대한 찬양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다리가 흔들어 주지 않으면 정신은 움직이지 않는다' 라는 몽테유의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일단 걷자.길을 걸으면, 다리를 움직이면, 무언가 떠오를 것이다.

 

어제 적었을 때는 어제에 어울렸지만, 월요일에 적으니 또 그건 그거대로  '기다림'에 어울리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책과 의자와 햇빛 그리고      일요일

 

 

 이번주는 힘든주가 될 것 같다.

 꽃구독은 지난주로 마무리 되었고, 오늘은 오피스 데코와 새 직장에 보내는 베이스 어레인지가 준비되어 나가고, 지난주에 판단착오로 못나간 티라이트 나무홀더세트와 진짜진짜 오래 미루었던( 이렇게까지 뭔가를 미루어 본 적 없어 진짜진짜 죄송한) 책 택배가 나간다

 

다행히.. 어떤 상황에서도 시작하는 아침에만은 기운차다.

월요일이고, 다음주는 추석이고, 가을옷 입은 10월도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걷자. 다리를 움직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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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5-09-2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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