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며 문득 어떤 사람들이 하드보일드를 읽는지 궁금해졌다. 조르주 심농의 '메그레 경감 시리즈'가 나왔을때 타겟이 40대 남자들.이란 이야기를 듣고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알라딘에서 장르소설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지난 십여년간 거의 여성이었고, 가끔 남성이었다. 알라딘에 여자들이 원래 많은가? 저는 꽃을 잡고, 책을 사는 '하드보일드' 독자입니다.
전편도 읽었고, 두번째편도 읽게 되었는데, 제목이 나는'오늘도' 하드보일드를 읽는다.여서 참 좋다. 계속 쭉 읽어주세요. 하고 싶은 마음이다. 요 며칠 들은 저자의 훈훈한 소식도 이 책에 대한 호감도를 올렸을 것이긴 한데,
여튼, 첫번째편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었다.
28편의 리뷰가 있는데, 나는 이 중 스무편 정도를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것은 상당히 '혼자'의 취미인 것이다. 혼밥,혼술. 이런 말이 있다고 하던데 (원래도 혼자 잘했습니다만) 독서란건 정말 빼도박도 못하게 혼자 하는 일이다. 예전에 한강이 겸손하게 보이던 어느 와인바에서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독서'라는취미로 상대방을 외롭게 한다.고 말한 적 있는데, '상대방'이 없지만, 그 말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고양이는 내가 독서한다고 외로움따위 타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런, 혼자만의 취미도 나누고 싶을 때가 있다. 책을 읽기 전과 후.인데, 쇼펜하우어라면 좋아하지 않았겠지만, 나는 좋은책을 읽으면 좋은 책이다.고 싫은 책을 읽으면 싫은 책이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싶어한다. 책이야기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그런 사이는 내 사회성이 최고조에 달했을때는 거의 없었지만, 조용한 알라딘 동네에 와서는 외려 책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늘었다. 맞아요, 작가가 해리 홀레를 너무 괴롭히죠. 아, 이 찌질한 존 리버스. 이런 이야기를 하며 공감하며 책읽기를 연장하는건 재미있는 일인데, 이 책 '나는 오늘도 하드보일드를 읽는다'를 읽으면 그런 기분이 든다.
맞아, 맞아.이 책 그랬지. 혹은 이 책 이야기도 했네, 이 사람은 어땠을까 궁금해지는.
그렇다고 읽지 않은 책에 대한 글들이 재미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읽은 책과 읽을 책이 있을 뿐이다.
리뷰를 쓰는건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데, 미스테리 리뷰는 더 까다롭다. 책소개에 내용이 나와 있지만, 나는 책소개도 안 읽고, 혹은 까먹고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책소개에 나온 내용만으로도 더 재미있어지고, 오오.. 그랬군!! 하는 타입이라 내가 리뷰 쓸때도 조금이라도 읽으며 발견할 수 있는 재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미스테리 리뷰가 재미있기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저자의 리뷰는 리뷰만으로도 무척 훌륭하다.
내가 좋아하는 옮긴이 해설 중에 작가나 작품 주변 이야기 같은거 좋아하는데, (옮긴이 해설 가족 이야기 제일 싫음)
프로 '독자'인 저자의 각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 작품만 판 옮긴이 못지 않다. 그리고 워낙 데이터베이스가 풍부해서 한 작품에 인용되는 다른 작품들도 줄줄이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글을 읽는 것도 즐겁다.
내가 아직 안 읽은 책들 보관함에 담아둘 수 있어 좋고(처음 보는 책도 있어 놀람!) 작가가 좋아하는 책들, 추천하는 책들에 대한 리뷰를 엮었으리라 믿고 읽을 책들의 리스트를 늘려가며 행복한 나도 오늘도 하드보일드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