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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마음의 실질'을 키우고 싶다. 두둑한 배짱으로 나약함과 불안감 따위를 다 몰아내고 어디까지나 밝고 적극적으로, 건강하고 아름답게, 그렇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 누구라도 이러한 것들을 바록 있을 것입니다.하지만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그러한 작은희망조차 손에 넣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 아닌가요? 세간에는 밝게 살고 오래 사는 비결,미용이나 바디 케어,안티에이징이나 마음 수련법뿐만 아니라, 학원 선택법, 자산 운용법, 손해 없이 상속하는 법,무덤을 고르는 법에 이르기까지 실로 많은 정보와 지식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것들이 마음의 실질을 키우는 데 얼마나 도움이될지 알 수가 없어서 그저 불안할 뿐입니다.
나쓰메 소세키나 토마스 만이 그려 낸 것은 이른바 '마음을 상실하기 시작한 시대'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은 이미 '마음 없는 시대'의 마음을 마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음습한 집단 괴롭힘이나 무차별적인 폭력, 자신들의 울분을 풀기 위한 인터넷상에서의 무차별적인 공격, 나아가 예전의 국수주의를 방불케 하는 혐오 발언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글로벌 자본주의의 패배자들 혹은 몰락의 불안에 떠는 사람들 사이에서 배외주의나 사회의 '이물질'에 대한 공격에서 배출구를 찾는 경향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 같습니다. 오늘날의 황폐한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곳까지 이르지 않았을까요.
강상중 교수의 책은 꽤 많이 소개되어 있다. 그주제는 '마음', '고민' 뭐 이런 너무 많이 이야기해서 그 의미가 퇴색된 단어들인데, 그 흔하지만 중요한 단어들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주게 한다. '마음'을 이야기하는 하나마나 한 이야기들, 읽고 나서 뒤돌아보면 잊혀지는 그런 이야기들이 많은데, 왜 늘 강상중 교수의 책은 와닿는 걸까. 생각해 보았다.
재일교포로 살았고, 자식을 먼저 보낸 아비였고, 칼 맞는걸 대비해 옷에 종이뭉치를 끼우고 다녔다는 그런 과거의 경험들과 그 과정에서의 치열한 고민과 선택과 실천이 있었어서이지 않을까.
그가 항상 인생의 멘토처럼 드는 '나쓰메 소세키' 에 대한 이야기들, 소세키 자신의 이야기와 소세키 소설 속의 인물들 이야기들을 늘 현실에 접해 이야기해주니, 소세키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더 와닿고, 소세키 소설은 더 좋아지고. 그런 개인적 선순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책의 주제는 '마음'이다. 이 책에서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그가 꺼낸 멘토는 나쓰메 소세키 '마음' 의 '나'와 토마스 만의 '마의 산'에 나오는 한스 카스트로프이다.
'마의 산'은 재미없는 책.완독하기 힘든 책.으로만 기억되고 있었는데, (아마 다시 읽어도 그럴 공산이 높긴 하지만) 강상중 교수의 안내로 따라 한스 마음의 궤적을 따라가는 것은 재미있었다. 이전의 책에서와 달리 이 책에는 언급된 두권의 책이 인용되기도 하지만,열린 결말과도 같았던 결말의 뒷부분을 창작한 것이 나온다.거기에선 한스와 '나'가 만나기도 하는데, 이야기가 무척 자연스러워서 정말로 두 권의 책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마음', '행복', '사랑','고민'등등은 이전 책들과 비슷하다. 늘 나오던 소세키도 나오니 말이다. 다만, 그 중에 '마음'에 더 방점을 둔 책이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 말할 수 있으랴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지 않을까. 단단한 마음. 서문에서의 표현을 따면 '마음의 실질'을 고민하는 두 주인공을 내세우고, 당시에는 마음의 '상실''을 고민했다면, 요즘은 상실을 고민할 '마음'마저 없음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한다. 그 모든 것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고, '시대'의 탓이기도 한데, 시대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마음의 실질'이라는 것을 찾아 기르자고 한다.
여기서 마음은 '외유내강' 할 때의 내면의 '강함'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자존감'과도 연결되어 있다.
마음의 강함과 자존감을 높이는 것의 답을 책 속에서(소설 속에서) 찾는데, 강상중은 개개인 각각이 그 답을 탐구하게 해주는데 훌륭한 가이드임에 틀림없다.
사회에 희망이 없으면 그 속을 살아가는 인간의 인생에도 희망이 없어지고, 사회가 풍요롭고 활력이 있으면 인간의 인생도 풍요로워집니다. 시대가 병들어 있는데 인간에게 건강하게 살라는 것은 잘못입니다. 더욱이 사람은 그 사회가 작동하는 이상으로 작동할 수 없는 법입니다.
사람은 개인으로서 살아갈 뿐만 아니라 시대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기 때문에 시대에 모순이 있으면 개인의 정신도 당연히 그 영향을 받아 왜곡된다는 것입니다. 시대에 꿈도 희망도 없고 사람이 무엇을 위해서 일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답이 주어지지 않는데 개인이 그 시대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을 할 수는 없다는 말이지요.
세상에서 말하는 하나의 방정식을 좇아 단 하나의 높은 이상을 꿈꾸고, 그것을 이루지 못하면 끝장이라며 두려워하지는 마십시오. 일단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 보고 그게 잘 안 되면 몇 번이고 뻔뻔하게 방향을 바꾸면 됩니다. 마음의ㅣ 풍요라는 것은 결국 내 안에 얼마나 넓은 선택의 폭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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