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다시 벚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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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이 늘 권선징악일리 없고, 완벽히 좋은 것과 완벽히 나쁜 것이 있을리도 없다.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어서, 그리고 똑같은 것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면서, 좋은 것이 나빠졌다가 나쁜 것이 좋아지기도 하면서 그렇게 관계를 맺어가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모두 있는 것 중에 제일은 '가족'이지 않을까. 좋은 것은 가까이하려 하고, 싫은 것은 밀쳐내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있는 그것은 쉬이 밀거나 당길 수 없다. 


이 책은 미미여사의 에도 시리즈들 중에서도 좀 다른 느낌이다. ..라고 해봤자 단편 시리즈 빼고는 늘 '다른 느낌이다' 라는 비슷한 느낌을 받곤 하지만. 


악인과 선인의 경계가 모호하고, 이이는 분명 악인인데, 미워지지가 않는 그런 인물을 그려낼 수 있는 작가가 미야베 미유키 말고 또 있을까. 


주인공인 쇼노스케 캐릭터는 의외로 '흔'남이다. 교고쿠도 책에서 나올법한 세키구치 캐릭터랄까. 

뭔가 유약하고 하늘거리는데 무사라고 하고, 마음만은 강직하지만, 주변사람들에게 걱정 끼치는 그런 캐릭터. 


이 책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건 '글씨'이다. 쇼노스케는 에도로 넘어와 대필을 하면서 입에 풀칠을 한다. 쇼노스케가 에도로 쫓기듯 오게 된 계기에도 '글씨'가 있었다. 쇼노스케에게 일을 주는 지헤에의 아버지의 특이한 '글씨'가 있고, 쇼노스케가 뒤를 이어 쓰게 되는 망나니 무사의 '글씨'도 있다. 


'글씨'를 보고 사람을 판단한다. 잘 쓰고, 못 쓰고와는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잘 쓰면 좋겠지만. 손으로 글을 쓸 일이 점점 줄어가고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맘이 어지러울땐 글씨도 어지럽고, 맘이 편안할 때에는 글씨도 편안하다. 성품이 드러나는 글씨를 쓰는게 제일 좋겠지만, 자판을 더 많이 두드리겠지. 


또 하나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나가야 사람들이 쇼노스케를 어찌나 살갑게 챙겨주는지. 나가야 사람들뿐 아니라 그 동네 사람들이 무슨 일만 생기면 다들 자기일처럼 뛰어다니는 통에 좀 감동했다. 지나가다 할복한 무사를 돌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서로에 대한 씀씀이들. 


결말은 씁쓸하다. 씁쓸하지만, 받아들여진다. 뭐 어떻게 마음 먹기 나름 이런거 아니고, 그렇지. 좋은것,나쁜것, 힘있는것, 약한것, 그런것들이 다 어우러져 있는 세상이지. 하는 마음.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리즈 '장편'은 대체로 다 좋아하는 편이다. '외딴집'을 가장 좋아하는데, '벚꽃, 다시 벚꽃'도 세손가락 안에 들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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