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제국
이토 게이카쿠.엔조 도 지음,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선물 받은지는 꽤 되었지만, 뒤늦게 읽기 시작하고, 영화를 봤는데, 그게 하필 '매드맥스'였다. 

'죽은 자의 제국'은 살까 말까 하다가 안 샀었다. 왜냐하면, 두 작가가 함께 썼다는 것도 별로 맘에 안 들고, 줄거리도 딱히 땡기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날 서점에서 첫페이지 보고 재미있겠다. 사야지. 한 날 책 선물해준다기에 냉큼 골라서 받았두었던 책이다. 


책소개 보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던 내용이다. .뭐 다 읽고 나니, 책소개 내용이긴 하지만. 


일본 SF 대상작가 이토 게이가쿠. 천재작가로 여겨지던 그는 34세에 '죽은 자의 제국' 프롤로그만 남겨둔 채 별세한다. 

그의 '맹우' (-> 맹우라는 표현을 썼는데, 절절하게 이해간다) 엔조 도 역시 아쿠가타와 상 수상자로 '천재작가'라 불리는 작가였는데, 절친 이토 게이가쿠의 프롤로그를 넘겨 받아 이 책을 완성했다. 


생전에 이토 게이가쿠와 엔조 도가 이 작품에 대해 어떤 이야기들을 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신경 쓰였던 두 작가가 함께 쓴 소설이라는 책소개는 여기서 득이면 득이지, 절대 단점이 아니다. 


글을 되게 잘 쓴다. 싶은 작가들이 있는 반면, 글 쓸때마다 뮤즈랑 접신이라도 하는냥 술술 써낼 것 같은 천재과의 작가들이 있다. 이 책의 작가는 그거랑도 좀 다르게 천재라서 뭘 하든 잘해. 근데 SF 소설 썼는데, 그것도 당연히 잘해. 이런 느낌이다. 


SF 중에서도 대체역사물을 가장 좋아하는데, 대체역사물 아니라도 가장 좋아하는 시대물이 로마시대와 빅토리아 시대이다. 

스팀펑크를 찾아서 보거나 읽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이 책 읽으면서, 그리고 매드맥스 보면서 그 매력에 홀딱 빠져버린 것 같다.


스팀펑크에 대해 간단히 말하면, 사이버펑크' 소설이 유행할때 그럼 이건 '스팀(증기)펑크'다 해서 나온게 스팀펑크. 시대는 과거인데 오버테크놀러지의 시대를 보여주는 SF 중에서도 대체역사소설의 하위장르이다. (젠틀맨스 리그,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리고 매드맥스, 해저2만리 같은 거)


소설의 첫장면은 해부대 같은 곳에 죽은자를 올려 놓고 의대생들이 관찰한다. 요즘 죽은자가 모자라 죽은자를 훔치는 일도 생긴다고 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역사 속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서 다른 점은 그 죽은 자를 해부하는 것이 아니라 프랑켄슈타인처럼 살려내는 거다. 


의식은 없이 '로봇'으로 만든다. 각 나라는 이 죽은자를 소생시켜 '로봇' 혹은 '좀비'처럼 만들어 마부같은 일을 시킨다거나 주로 군사로 활용한다. 엄청나게 많은 상징, 패러디 등이 나와서 내가 아는만큼밖에 못 읽어내는게 아쉬운 책이다. 

일단 주인공 이름부터가 '왓슨'이고, 등장인물들이 프라이데이, 아일린, 레트 버틀러, 반 헬싱, 카라마조프,M 등등등이다. 


전체적으로 스팀펑크 좀비물의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전 세계를 오가며 진상을 찾는 스파이물이기도 하고, 추리물이기도 하다. (주인공 이름이 왓슨!) 그리고 죽은자 3법칙은 아시모프의 로봇3원칙과 같다. 


낯익은 이름들이 나오는걸 소화하기도 바쁘고, 전세계를 오가며(영국,아프간,러시아,일본,봄베이..) 벌어지는 스토리를 따라가기도 바쁜데, 이 모든 장치들이 이야기하는 삶과 죽음, 인류멸망에 대한 철학적인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재미있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은 책이다.책소개만 봐도 쉽게 안 읽힐 것 같은데, 읽기 시작하면 재미있다. 그래서 앞에 얘기했듯이 열라 천재인 사람이 뭘해도 잘 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그 사람이 쓴 스팀펑크 스파이 vs. 좀비물.  이라 내가 모르는거 알면서도 책장은 잘 넘어가는;; 그런 책. 


두번째 읽는게 더 기대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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