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여자 밀리언셀러 클럽 137
가노 료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가노 료이치의 책을 단숨에 읽기는 쉽지 않다. '제물의 야회'는 소리소문 없더니 연말 일본 미스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 1위를 차지한 저력을 보인 작품이기도 했다. '환상의 여자'라는 제목에서 이미 코넬 울리치의 '환상의 여인'을 떠올리며 700여페이지에 가까운 묵직한 하드보일드 장편이 나왔을때 기대하지 않은 일본미스터리 마니아는 아마 없을 것이다. 


'제물의 야회'에서도 변호사의 역할이 돋보였고, '환상의 여자'에서도 그렇다. 줘 터져도 굴하지 않는 본인도 독자도 나쁜놈도 대체 왜? 이제그만. 싶을 정도로 굴하지 않은 불독같은 면모를 보이는 유약해 보이는 변호사가 '환상의 여자'를 찾는 주인공이다. 


하드보일드의 빠지지 않는 주제는 '실종된 여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당연히 앞서 말했듯 코넬 울리치의 '환상의 여인'을 떠올리기도 하고,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떠올려보기도 한다. 그 둘과는 다른 이야기이고, 다른 어조이지만, 같은 이야기를 다른 층에서 보는 정도의 다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시선의 차이가 작가의 스타일이자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일 것이다. 


단숨에 읽히지 않는 것은 분량 때문만은 아니다. 가노 료이치의 작품은 분명 페이지 터너는 아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쌓아가는 사건들과 펼쳐 보이는 단서들은 견고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건조하지만 단단한 문장들도. 그렇게 단숨에 못 읽고, 며칠을 붙잡고 지냈더니 주인공과 함께 환상의 여자를 찾아 한참을 헤매이다 돌아온 것만 같다.  


5년만에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불륜의 상대였던 그녀. 어느 날 말도 없이 사라졌던 그녀를 우연히 만났고, 그녀는 다시 사라진다. 이번에는 '죽음'으로 영원히. 그녀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변호사 스모토는 그녀의 죽음을 조사하며, 그녀가 5년전에 왜 떠났는지도 알고 싶어 한다. 


반전이나 스릴보다는 스모토의 그녀를 찾기 위한 노력과 고난이 이 책의 재미일 것이다. 란 것은 이 책의 마지막장까지를 보기 위해 노력과 고난으로 읽어나가야 한다는 것.일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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