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의 책을 읽는데, 머릿말 첫문장에 바로 이 문장이 나왔다. 


모란과 작약 꽃대를 보듯 책을 보며 살았다. 


시동걸고 나가려는 첫줄부터 끼익, 걸려 버렸다. 모란과 작약 꽃대를 보듯 책을 보며 사는건 뭘까? 



솜사탕같은 작약, 작약의 계절이 오고 있거든. 



작약은 솜사탕같이, 애기궁둥이같이 포슬슬 예쁘다. 


작약 꽃대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병걸린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얼룩덜룩하다. 

그리고 단단하다. 꽃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단단한데 얼굴에 비해 약하달까. 


모란과 작약 꽃대를 보듯 책을 보며 살았다.는건 무슨 뜻일까. 


이어본다. 


모란과 작약 꽃대를 보듯 책을 보며 살았다. 봄엔 버드나무 가지에 연두색 잎이 돋고, 가을엔 상류의 물이 활엽수들의 낙엽을 안고 하류까지 내려왔다. 그사이 애들은 훌쩍 커서 뿔뿔이 흩어져 먼 곳에서 둥지를 틀었다. 근간들이 도착하고 약속 몇 개는 어그러졌다. 가을이 몇 번 와서 대추나무에 열린 대추를 수확하는 동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어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누가 내게 뭘 했느냐고 물으면 겨우 버드나무에 관해 시 몇 편을 썼다고 말할수밖에. 


라고 시작한다. 와 겉표지 벗기니깐 책 안에 생각지도 기대하지도 않은 천싸바리에 엄청 멋지다!! 이거 뭐야?! 

모란과 작약 꽃대 생각이 날아가는 순간. 





 겉표지 벗긴 사진은 사진 정리하고 추가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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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람들이 같은 책을 얼마나 다르게 읽어내는지 보는 것이 재미있다.
    from 책과 고양이와 이대호 2015-04-21 20:35 
    지금의 나와 작년 봄의 나가 다를지언데, 타인과 나의 다름은 너무나 당연하다. 한동안 '서평 책'을 읽는 것의 쓸데없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적이 있다. 그런 이유로 오래간만에 잡은 서평책이 바로 장석주의 ''불면의 등불이..' 인데, 같은 시기에 샀던 '장석주의 글쓰기'가 생각만 못해서 (이 때 글쓰기 책이고, 서평 책이고 다 필요없어~! 모드) 이 책은 이제야 읽기 시작했다. 말머리에서.부터 흥미로웠고, (..라기 보다 내가 지금 책 읽고 싶어하는
  2. 시간의 가격
    from 책과 고양이와 이대호 2015-04-22 08:31 
    요즘들어 많이 하는 생각이 내가 '산' '시간'의 가격이다. 아직까지 내 인생에 휴일을 뺀 매일을 시간을 지켜 어딘가에 가서(학교,회사,가게) 시간을 보내고 저녁 늦게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던 날들이 더 길다. '저녁 늦게'에서 잠깐 멈칫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저녁 늦게 귀가했던 것이 맞다. 돈 없는 나날들을 보내는 것을 가장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아빠'다. 제주에 내려가 아빠와 이야기하면서 내 마음이 더 정리가 되었는데, '아빠, 나는 돈 없는 것에
 
 
얼음동자 2015-04-23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약과 책 소개에 혹해서 로그인을 안 할 수 없었어요. ^^

언제쯤이면 작약을 넣은 꽃다발을 살 수 있을까요? 열심히 일해야겠어요.
그나저나 책소개가 너무 혹해서, 내일 여행가는데, 서점에 굳이 들러서 사가야 하나? 생각하고 있어요.

일상이 종종 멈추지만, 그래도 이렇게 혹하는 순간이 제게 숨이 트이는 시간인 것 같아요. ^^
그럼 책 사러 갑니다. ㅎㅎㅎㅎ

하이드 2015-04-23 13:29   좋아요 0 | URL
작약은 철에도 저렴한 꽃은 아니지만, 제가 알려드릴께요. 작약이 튼튼하게 살만한 가격으로 나올 때 가장 예쁜 작약을 준비해서 `얼른 사세요!` 라고 글 올리겠습니다. ㅎㅎ coming soon!

이 책 정말 좋습니다. 저 지금도 읽고 있는데, 이제 `가을` 읽고 있어요.
서평책같은거 별로인지 좀 되었는데, 이건 그냥 서평책이 아니에요. 장석주 책들도 다 읽었는데, 그냥 그랬거든요. 이 책은 정말 좋은데, 표지 디자인도 훌륭하고(커버 벗기면 더 멋져요) 읽고 또 읽어도 좋을 것 같고, 읽고 나면 보관함에 책이 잔뜩 쌓여요.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