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지음, 홍은주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카트린 아를레의'지푸라기 여자'를 읽는 것은 아마 두번째이다. 해남인가 동서 버전인가로 가지고 있고, 아주아주 오래전에, 한 십년전쯤? 에나 읽었던 것 같다. 워낙 강력한 결말 덕분에 줄거리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시 읽으니, 당연히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옮긴이의 말에 나온것처럼 주인공 힐데가르트에 감정이입하는 거, 십년 전에는 못했던 것 같다.


이번에 읽으면서는 신데렐라로 억만장자의 부인이 되고, 차곡차곡 추락하게 되는 주인공을 보며,조목조목 맞는 말만 해서 아구창 한 대 날려버리고 싶은 악역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그렇게까지밖에 할 수 없었던 지푸라기 여자의 초라하고 희망없는 일상에도 이해가 간다 


함부르크 폭격에 가족을 읽은 힐데가르트는 번역일로 생계를 꾸려가며, 지긋지긋한 생활고를 벗어나는 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자남자와 결혼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신문의 결혼정보란을 열심히 본다. 남자를 신분상승의 도구로 본다. 는 것만은 아닌게, 그게 애인을 구하는 '여자'의 광고였더라도 힐데가르트는 정성을 다해 편지를 썼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 시절에 억만장자와 결혼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로또'를 팔았다면, 매주 로또를 사며 꿈을 꿨을테니 말이다. 


미스터리물로서도 부족하지 않고, 심리소설로도 훌륭하다. 


처음 힐데가르트가 찾아갔을때 그녀에게 왜 지원했냐고 묻자 그녀는 '한달에 열흘만 사는게 싫어서요' 라고 대답한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자 '월세 걱정, 돈 걱정 안 하고 지낼 수 있는게 한달에 열흘 정도' 라고 답한다. 우와, 이런 생활 디테일. 한국에서 개인사업자 하세요? 임대료 내는 사람들에게 폭풍공감가는 디테일에 힐데가르트를 한심해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튼, 이 작품은 훌륭하다. 


한 여자, 불쌍한 지푸라기 여자의 인생을 농락하는 악마와 농락당할 수밖에 없었던 지푸라기 사람의 운명.에 대해 자이로드롭처럼 끌어 올려 끊어진 줄 달린 번지점프처럼 꼭대기에서 밀어버리는 작가의 현란한 글발. 


굳이 겪어보지 않더라도, 나이와 경험을 많이 먹어 공감하건, 아직 애기라 이런 이야기는 생소하건간에 이렇게 마음그릇을 넓혀갈 수 있다는 것이 소설을 읽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는데

굳이 이유같은건 없어도 되긴 하지만..


표지색이 굉장히 고운데 책보다 1mm 정도인가 커서 아래 위로 닳음. 책하고 딱 맞게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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