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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물 이야기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2월
평점 :
미스터리가 다정하고 따사로운건 아니지만,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모시치대장님이 다정하고 따땃하다.
주요 등장인물은 오갓피키 모시치 대장님,부하인 이십살 이토키치와 사십대의 곤조( 모시치 대장은 오십대),그리고 유부초밥집 주인장이다.
모시치가 해결하는 사건들이 단편을 이루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스터리인 것은 유부초밥 노점 주인장의 정체. 편집후기를 보니, 아마 앞으로도 안 밝혀지고 궁금해해야 할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요즘의 책 읽는 감성은 이팔청춘의 그것처럼 굉장히 충만한데, 그래서 그런지 미미여사의 잔잔한 이야기들도 그대로 다 마음에 와서 박힌다.
강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같은 이토키치와는 정반대로, 급할 때에도 달리지 않고 느릿느릿 걷는다. 우당탕 소리를 내는 일은 없지만 너무나 둔중한 그 동작 때문에 '우시(소)'라는 별명이 붙은 사내다
이토키치를 나뭇잎에 곤조를 소에 비유하는 것 같은 것도 눈에 더 들어온다.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있다. 북스피어에서는 '먹거리'로 이 책을 마케팅하지만, 나는 이런 것들이 유독 더 눈에 들어온다. 벚나무라던가, 유채꽃이라던가.감나무라던가.. 그런거. 가다랑어, 뱅어, 연어 같은 것도 다 자연.
지금 보니 낭만적인 에도시대는 기실 편할리 없는데, 사람이 쉬이 죽어나가고, 먹고 살기 힘들고. 다들 힘든데, 그 힘든걸 보살피는 모시치가 다정하고, 근데, 왜 지금 이야기 같지. 싶기도 하고.
'가게 일꾼의 생활도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닐세, 오세이.'
몸뚱아리 하나만 믿고 일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것은 행상꾼의 생활과 마찬가지다. 아니, 오캇피키도 비슷하다. 모두 똑같다네, 오세이.
왜 모두 힘들어야 하나. 힘들자고 태어난건 아닌데..
이런 이야기도 지금의 이야기같다.
세상에는 노점 주인이나 이토키치처럼 뱅어조차 작은 점 같은 눈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어린 아이를 다섯 명이나 죽여 놓고 본인은 태연한 얼굴로 밥을 먹거나 바느질을 배우거나 베개를 높이고 잠들거나 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매일매일 뉴스를 보며 기가 막혀 하지만, 옛날에도, 지금에도, 그리고, 앞을도, 이런 사람들도 있고, 저런 사람들도 있는거다. 어쩔 수 없다. 정희진의 책에 나온 이야기도 이 비슷하게 위안이 되는데, 사람이 아니라 '악'이 있다고.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가 아니라, '악'이 있는거다.
현대에 쓴 시대물이니 지금의 감성인 것이 당연하겠지만, 이보 전진, 일보 후퇴하며 발전한다는데, 나쁜 사람은 나쁘고, 힘든사람은 계속 힘들다는 것에 체념,혹은 수긍하게 된다.
관리인 모시치가 나쁜놈들의 정체를 밝힌다해도 돈이 많으면 그들을 어쩔 수 없고, 신분이 높으면 또 어쩔 수 없다. 그게 너무나 자연스럽다. 할 수있는건 돈이라도 좀 뜯어내 준다던가. 하는 정도에 후련해 할 수밖에 없다.
설날 연휴가 끝나고, 바로 주말이다.
"이제 올해도 끝이군요." 주인이 말했다. "겨울바람이 옛날 일을 전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날려 보내고 새로운 해가 올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