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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전설
데이비드 밴 지음, 조영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원제도 자살의 전설이다. 놀랍게도. legend of suicide
두가지를 먼저 얘기해둬야지. 이렇게 혐오스러우면서 이렇게 몰입감 높은 이야기는 처음. 읽고나서 여운에 몸이 달아오른다. 책 읽으면서 깜짝 놀라 보는 것도 처음. 제목도 예사롭지 않고, 책소개에 코맥 맥카시,헤밍웨이 들먹이는게 농담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침일기 쓰고 비몽사몽한 가운데 읽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데, 진짜 혐오스러운데, 비몽사몽이라서 포기할까 생각만 하고 계속 읽었던 것 같다.
저자의 실제 경험이 녹아난 허구인데, 잡생각의 여지도 주면서 (예를 들면 무인도에 뭘 가지고 갈까. 같은) 몰입도 높은 단편 연작도 아니고, 이걸 뭐라고 해야하지. 단편들이 앞 뒤로 몇 개 나오고, 중간에 '수콴섬'이 책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편이다. 같은듯 다른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말이 맞다.
짐은 치과의사다. 바람 피고, 탈루하고, 전 부인의 아들인 로이를 데리고 알라스카 저 너머 섬으로 들어간다. 짐과 로이의 이야기인데, 섬에서 적응하며 식량 비축하고, 살아가려고 애쓰는데, 왜 그런 고생을 사서 하는지, 자연은 아름다워. 이런 마음으로 들어간건 알겠는데, 이미 마음이 망가졌어. 그런 아빠를 버리지 못하고 따라온 아들 로이. 몇 번이나 도망치고 싶지만, 아빠 곁에 남아 있는 아들이다. 뭐, 그렇다고 훈훈한 부자간의 사랑 이야기.이런건 절대 기대하지 마시고. 책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분명 같은 이야기이지만, 다른 장르같이 느껴질 정도로 극적이다.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도대체 이런 '소설'을 왜 읽고 있어야 하는가! 이런 소설을 읽으면 바운더리가 한눈금 넓혀진 기분이다. 소설의 묘미이자 소설을 읽는 이유겠지. 평소의 독서가 바운더리 안에서 밀도를 쌓아가는 일이라면, 이런 소설은 바운더리를 조금이라도 넓혀준다.
권하지도 권하지 않기도 못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