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명찰 낭만픽션 1
우부카타 도우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하루미는 하루노우미, '봄의 바다' 이고자 한다. 다 갖추어진 가을의 풍요보다 봄의 바다에서 자신만의 해변을 가지고자 한다. 


생각해보면 달력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물건이었다. 일본 전역에 거의 똑같은 것이 나돌고 있음에도 자신이 구입한 순간부터 그것은 자기만의 시간을 보여 준다. 달력에 기록된 다양한 주석도 이렇게 달력을 들여다보고 있는 자신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에도시대 배경의 달력 만드는 이야기. 재미있을까? 제목은 '천지명찰'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작가는 우부카타 도우, 처음 들어보고, 북스피어에서 미미여사 다음으로 미는 작가.라고 하지만, 이쪽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고, 다만, 이거 하나는 눈여겨 볼만하다. '서점대상 1위'  서점 직원들이 뽑는 일본 서점대상은 1위가 아니라도 순위권 책들도 꽤 높은 확률로 굉장히 재미있다. 


제목, 작가, 소재 어느 하나 익숙하지 않고, 분량까지 많아 사고 나서도 한참 있다 꺼내 보았지만 ( 나름 달력 이야기라고 올해 첫권으로 읽고 싶어 작년 연말에 주문하였으나 어느새 올해 들어 10번째로 읽은 책 되시겠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멈출 수가 없다. 막 뒤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한 그런 재미가 아니라 결말은 알 것 같아도 결말과 상관없이 계속 계속 읽고 싶다. 라는 기분이 드는 책이다. 


바둑 명가에서 태어나 바둑 기사인 하루미는 바둑을 겨루기보다 이전 기보들을 설명하는 상람기에 큰 흥미를 못 느끼고, 오직'산술'에만 가슴이 뛰는 남자다. 뭔가 한없이 어설퍼 보이는데, 주변의 초천재들, 바둑천재 도사쿠와 산술천재 세키의 존재로 인해 덜 천재같이 보이는데, 엄청난 능력치와 정치력과 사교성을 지닌 존재이다. 근래 읽은 책들 중에 가장 애정가는 캐릭터이다. 시종일관 어설퍼 보이고, 주변의 뛰어난 이들에게 경탄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는 것에 감정이입하며 읽지만, 다 읽고 나면 어느 한 분야에서가 아니라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천재인데다가 빠질 수 없는 것이 '정치력'과 '추진력' 그리고 그 매력적인 성품으로 인한 사람을 끌어들이는 인덕, 사교성.이 대단하여 천지명찰의 하루미를 주제로 자기계발서라도 하나 쓸 수 있을 것 같은 정도다. 


산술의 천재 세키의 존재를 알게 되고, 온갖 정성을 들여 술을 만들어 세키에게 문제를 내지만, 그 술이 '무술' 잘못된 문제임을 뒤늦게 알게 되고 절망하여 그 앞에서 할복하려 하지만, 칼집에서 칼 하나 뽑는 것도 힘들어하다 겨우 뽑고, 마침 그런 그를 본 엔에게 피는 누가 닦냐며, 타박을 듣고, 하는 꼴을 보니 찌르기만 하고 가르지도 못하겠다 구박을 듣고 어쩔줄 몰라 하는 하루미. 


예상치 못한 명을 받아 별을 관측하는 북극출지에 합류하게 된다. 바둑기사에 불과한 하루미에게 주어지는 일들, 그를 부르는 예사롭지 않은 사람들은 결국 그에게 개력, 새로운 달력을 만들라는 일생일대의 임무를 맡기게 된다.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흘러가기 보다,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들은 하루미의 마음 속에서 나온다. 산술과 천문에 대한 엄청난 사랑과 열정. 그런 그를 돕는 산술가들과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 이야기는 뭐라 말할 수 없이 감동적이다. 


추천글은 늘 딱 추천글. 같아서 전혀 도움이 안 되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이책에 달 추천글이 구구절절 내 마음이다. 

특히 '이 소설은 좋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책을 읽었다'는 추천글과 교고쿠 나츠히코, 유메마쿠라 바쿠의 추천글이 와 닿은걸 보면 좋아하는 작가들과 비슷한 취향인 것 같아 좀 기쁘기도 하다. 처음 듣는 작가 이름과 지루할 것 같은 제목과 (사실 이 제목의 '천지명찰'은 책을 읽고 나면 심지어 꽤나 감동적인 대사다)  분량으로 망설여진다면, 얼른 사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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