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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또 히가시노 게이고다.
바로 전에 읽었던 <몽환화>는 꽤 재미있었다. 이야기도, 캐릭터도.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최초의 역사소설( 꼭 그렇지는 않지만) 이기도 해서,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기대치를 볼 때 훨씬 넘어서는 풍부한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싶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많이 읽었지만 (하도 많이 나와서 다 읽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 기억에 남는건 역시 <백야행>, <악의>, <몽환화> 정도일 것 같다.
여튼, 재미라도 있으면 괜찮은거다.
<공허한 십자가>는 초반에 재미도 없고, 재미 없다고 트위터에 투덜거리자마자 좀 재미있어져서 휘몰아치는 한 방이 있긴 하다.
왜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차근차근 쌓아가는 플롯과 밝혀지는 사건의 반전.에 불구하고도 재미 없을까 생각해 봤는데, 캐릭터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달까, 작가가 캐릭터를 도구로만 사용한달까. 그런 것들이 독자에게 재미없게, 영혼없게 와닿는거 아닐까싶다.
중반 이후로 '사형'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사형 찬성론자와 사형 반대론자의 논거는 각각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거리를 남겨준다.
여덟살 아이를 강도살인한 범인, 남겨진 가족,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 속죄하는 사람들, 사형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거짓 속죄하는 사형수, 등등
미야베 미유키라면 이렇게 했을텐데, 다카노 가즈아키라면 이렇게 썼을텐데, 같은 가정은 의미없겠지만, 생각하게 된다.
이건 히가시노 게이고 느낌이 물씬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나는 사형 찬성론자인가, 폐지론자인가. 라고 묻는다면, 어떤 흉악한 일이 벌어졌는데, 무기징역- 가석방 이렇게 된다면, 역시 사형에 찬성하고 싶다. 피해자 가족 입장에서 사형이 목적이 아니라 사형이 '통과점'이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하지만, 역시 사형이면 되는건가요. 살인이면 사형이라는 결론이 모두에게 맞는 건가요? 그게 끝인건가요? 라고 가해자의 변호사처럼 묻는다면, 생각의 여지를 빈칸으로 남겨두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