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대전가는 무궁화호를 타기 위해 나갈 생각이다.

책을 챙기기 위해 쌓여 있는 책탑을 눈으로 훑어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제 켜두고 잔 노트북의 알라딘 서재 화면을 보며, 서재 책장에 있는 가져가고 있는 신간들도 훑어본다.

지금 당장은 그림의 떡. 알라딘 서재 책장의 신간들.

 

텐도 아라타의 <환희의 아이>도 기차여행에 어울릴 것 같지만, 예쁜 표지의 책을 챙겨 가고 싶다.

 

이런거 말이다 .

 

 루시 나이즐리의 <맛있는 인생>

 

뉴욕의 코믹 북 아티스트 루시 나이즐리의 최신작. 자신이 나고 자란 뉴욕 맨해튼과 업스테이트 뉴욕의 라인벡, 그리고 대학시절을 보낸 시카고에서 겪었던 개인적인 다양한 음식 문화 체험담을 깔끔한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회고록이다.

미식가였던 아빠와 요리사로 일했던 엄마 사이에서 자란 덕에 일찍부터 다양한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저자는 굴이나 푸아그라 같은 진귀한 식재료를 처음 맛본 경험에서부터 뉴욕 북부의 시골에서 성장하면서 겪은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과정 체험담, 이탈리아, 멕시코, 일본, 캐나다 등을 여행하며 맛본 현지 음식과 관련한 개인적인 이야기, 식료품점과 그린마켓, 케이터링 서비스 등 요식업계 현장의 풍경, 정크 푸드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 등 실제 경험하며 느낀 음식 문화의 다양한 소재를 잘 버무려낸 멋진 책을 만들었다. 
  

 

만화책이다. 먹음직한 표지에 오랜만의 기차여행은 '맛있는 인생'과 잘 맞다. 오늘 만나는 소풍 준비한 친구가 그야말로 맛있는 인생을 표방하고 있는 친구이기도 하고.

 

  아베 야로의 <술친구, 밥친구>

 

아베 야로라는 이름이 떠올리게 하는 '심야식당' 의 이미지 때문에 아련아련한데,

'술친구, 밥친구' 라는 제목도 뭔가 마음 한켠이 쓸쓸따뜻해진다.

 

나는 술도 밥도 혼자 먹는거 전혀 거리낌 없고, 대부분의 경우 혼자 먹는 것을 선호하지만, 정말 같이 술을 마시고 싶을 때의 술친구와 정말 같이 밥을 먹고 싶을 때의 밥친구의 존재는 소중하다. 밥친구는 잘 떠오르지 않지만, 술친구라고 할 수 있는, 있었던 친구들은 몇몇 떠오른다.

 

 

 

 

 

 

  앙투안 콩파뇽 <인생의 맛>

 

몽테뉴 철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입맛을 돋워주는 아페리티프와도 같다. 2012년 여름 프랑스의 국영 라디오 채널 ‘프랑스 앵테르’에서 방송된 <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이라는 라디오 방송에서 출발한 이 책은, 몽테뉴의 사상을 짧지만 밀도 높게 소개하는 40개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애초의 방송은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매일 청취자들을 찾아갔다. 직접 대본을 써서 방송을 진행한 앙투안 콩파뇽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이자 석학으로, 처음 프로그램을 제의 받았을 때 몇 부분만 발췌하고 해설을 붙여 《수상록》이라는 방대한 걸작을 그리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일인지, 그리고 그것이 옳은 일인지 고민했다. 그리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일정한 틀 없이, 순서에 구애 받지 않고 방송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몽테뉴가 《수상록》을 집필한 방식 그대로였다. 결과적으로 방송은 흥행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나 큰 성공을 거두었고, 방송을 토대로 다시 집필해 이듬해에 출간된 《인생의 맛》은 그 해 여름에만 15만 부를 넘기면서 프랑스 서점가에 몽테뉴 돌풍을 일으켰다.

 

 

이런 책도 좋겠다. 이런 짤막짤막한 철학 입문서는 별로지만, 프랑스 국영 라디오 채널 방송 프로그램이었던 이 책은 구미가 당긴다. 가볍게도 어렵게도 읽기 힘든 이런 책은 기차 타고 가며 읽기 좋을 것 같다. 기차 여행에 몽테뉴 끼얹기. 기차 한 켠에서 몽테뉴 돌풍을 일으키기. 혼자. 막. 흐흐

 

 

 

  로버트 메니어드 피어시그 <라일라>

 

23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6백만 독자를 사로잡은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의 속편. 피어시그는 이 작품에서 "정상적인 정신 상태란 진실과는 관계없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기대하는 바에 순응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일 뿐이다. 진실은 순응하는 편에 있을 수도 있지만, 때때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오늘날 세상과 학계를 지배하고 있는 경직된 세계관에 일침을 놓는다.

전작에서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일견 사소해 보이지만 거대한 질문을 던져 인생의 가치와 그 가치를 탐색할 사유의 힘을 독자에게 전하고자 했다면, 이번에는 객관성의 덫에 걸려 '가치'를 학문에서 제거해버린 인류학의 문제점을 통해 이 세상의 문제를 진단한다.

동료 교수를 통해 인디언 문화를 접하게 된 파이드로스는 그동안의 문화인류학이 과학적 방법에 기대어 가치적인 것을 불분명한 것으로 치부하고 학문의 영역에서 배척한 것을 깨닫고, 이러한 획일적이고 폭력적인 제도권 학문에 반하는 연구를 한다. 파이드로스는 보트 여행을 하며 이러한 연구를 하는데, 잠시 정박한 킹스턴에서 라일라라는 여자를 만나 뜻하지 않게 하룻밤을 보낸다.

여행 도중 알게 된 변호사 라이절에 따르면 라일라는 '아주 질이 낮은, 대단히 불행한 사람'이다. 하지만 파이드로스는 그녀와 요트 여행을 함께하게 되고, 여행 동안 라일라를 통해 한때 자신을 혼란과 질곡으로 몰아넣었던 형이상학적 문제인 '질이란 무엇인가'를 놓고 다시 한 번 깊은 성찰에 빠져든다.

 

기차여행에는 조금 무거울지 모르는 책이긴한데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짧은 기차여행이 아니라 긴 기차여행이라면 도전해볼법도.

 

 

챙겨가는 책은요

 

 

 

 

 

 

 

 

 

 

 

 

 

 

요렇게.

 

기차에서, 그리고, 소풍중에 읽을 책들.

더 챙기고 싶지만, 꾹 참고. ( 작년 GMF 혼자 갔을 때는 책 3권을 내리 읽고 왔다. 잔디밭 뮤직페스티발은 의외로 책읽기 좋은 장소)

 

오늘은 모든걸 다 준비해준 대전의 A 덕분에 겨우겨우 가지만, 조금 긴 기차여행도 떠나보고 싶다.

가을이 오면.

책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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