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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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노란 표지의 '노르웨이의 숲'에서부터 벌써 이십여년동안 하루키를 읽고 있다.

하루키의 소설은 별로고 잡문이 좋아. 라고 말했던 적은 있었겠지만, '하루키'를 늘 좋아하고는 있었던 것 같다.

 

일곱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다 인상적이고 소중하다. 나는 늘 책을 읽고 있고, 그 중에 대부분은 소설이지만, 정말 오래간만에 이야기의 즐거움,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고, 그 중에서도 단편을 읽는 즐거움을 만끽한 독서경험이었다.

 

새벽 다섯시경에 '기노'를 읽었다. 연작까지는 아니겠고, 유일하게 다른 단편과 겹치는 인물과 장소가 나오는 단편이다.

단편 모두가 장편으로 나와도 정말 좋겠다. 싶지만, '기노'는 뒷 이야기가 진심으로 궁금하고, 제발 장편으로 이 이야기를 더 내주었으면 싶은 마음이다.

 

소름이 계속 쫙쫙 돋아서 악몽을 꾸고 거칠게 숨을 쉬며 꿈에서 깸과 동시에 확 물러나는 악몽의 잔상, 그 잔상마저 떨치려 고개를 흔들고, 고양이를 부르고, 그렇게 악몽에서 현실로 뚝 떨어져 내용은 잊혀졌지만, 여전히 숨은 가쁘고, 가슴은 두근두근하고, 무서운 기분인거. '기노'라는 단편을 읽는 기분이 그랬다.

 

다 읽고 나서도 악몽과 달리 깰 수 없어서 무서워 벌떡 일어나 라면 끓이고, 전날의 예능을 찾아 켜고, 하얀 고양이를 불러다 끌어 안았다.

 

책 읽고 이렇게 공포스러워보기도 오랜만.. 이라고 할 것도 없이 내가 만들어낸 악몽 말고는 이렇게 가슴 두근거리게 무서웠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생각나는건 스티븐 킹의 '애완동물 묘지' 던가, 대학때 한낮 강의실에서 읽는데도 어찌나 무섭던지..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단편들의 화자는 다 중년남성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기도 하고, 배우이기도 하고, 기노라는 바의 주인인 기노이기도 하다. 그들은 모두 말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고, 친구가 거의 없고, 음악을 좋아하며, 여자에게 버림 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나이 들어 그런지, 그간 읽었던 ( 바로 작년에도 읽었고, 매년 읽고 있으니 후자는 거의 아닐거라고 생각하지만 ) 더 진중해지고, 더 진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리뷰라고 오랜만에 쓰고 싶어졌는데, 단편의 줄거리라도 읊어야 할 것 같지만, 평범한 이야기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옮기는 즉시 평범해져서 그냥 책으로 읽어야 하지 싶다.

 

늘 열심히 달리고 쓰는 중년의 아저씨이기도 하지만,  아.. 내가 하루키를 처음 읽었을 때는 고등학생이었는데, 어느새 나도 중년이 되어 중년의 하루키를 읽고 있구나 생각해보면 그의 책을 읽으며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한번도 해보지 않은 생각이지만, 오래오래 이야기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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