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흔한 세상인지라 만드는 사람은 자기 상품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차이를 부각시키는 차별화나 브랜드의 중요성을 끝없이 강조한다.

 

하지만 시골빵집의 관점에서 보면 뭔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느낌을 자울 수 없다. 차별화하려고 만든 물건에도 크게 의미 있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개성이라는 것은 억지로 만든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상품을 만드는 사람이 진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원래 가진 인간성의 차이가 기술과 감성의 차이, 발상의 차이로 이어질 때 나타나는 것이며, 필연적인 결과로서 드러나는 것이다.

 

 

차별화.라는 것은 '남들과 다른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을 '좇아가기만 하는 것' 에서 벗어나서 자기만의 개성이 드러나게 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말대로 개성이라는 것이 억지로 만든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고, '인간성의 차이' '기술과 감성의 차이' , '발상의 차이' 의 필연적인 결과. 라고 생각하면, 처음부터 '차별화' 를 먼저 화두로 놓고 생각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닌가. 이것은 꼭 빵을 만들고 상품을 만드는 이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관련된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삶의 진리는 당장에 무언가를 이루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는 될 턱이 없다. 죽기 살기로 덤벼들어 끝장을 보려고 뜨겁게 도전하다보면 각자가 가진 능력과 개성, 자기 안의 힘이 크게 꽃피는 날이 반드시 온다.

 

최근에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 (work-life balance, 일과 생활의 조화) 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다루마리의 일상은 이렇게 일과 생활이 뒤섞여 있다. 생활 속에 일이 있고, 일 속에 생활이 있는 나날이다. 궁목수인 오가와 미쓰오 씨가 "장인은 월급쟁이가 아니니 생활이 삶이고 삶이 직업이다." 라고 한 것처럼 우리도 삶 그 자체가 직업이다.

 

마르크스도 근무시간(노동일) 을 줄여야 자본주의의 미래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했다. 요컨대 자본주의가 사람에게 너무 많은 일을 시킨다는 것이다. 경제가 발전해 생산력이 높아지면 하루 십 수시간씩 일하지 않아도 사회와 생활이 굴러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라 몸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에게 휴일이 많은 여러 이유 중 하나에 불과하다. 굳이 설명하자면 지금보다 빵을 더 잘 만들기 위해 빵을 안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

빵에 대해 더 파고들고 기술력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빵만 보이고 세상이 안 보이게 되면 어떤 빵을 만들어 제공해야 할지를 모르게 된다. 음식이나 술, 공예품, 음악 등 다른 모든 분야에서 자극을 받아 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고, 지금보다 나은 재료가 없을지 안테나를 높이 세워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또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많은 곳을 찾아가고, 다양한 책을 읽을 시간도 필요하다.

 

그처럼 빵 이외의 것들과 만나는 시간은 기술을 부리는 사람으로서의 감성을 연마하고, 삶의 폭과 깊이를 더하며, 견문을 풍부하게하고, 사회의 움직임을 느끼는 눈을 기를 수 있게 해준다.

시대가 원하는 빵을 계속 만들기 위해서, 일과 생활이 하나가 된 삶에도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

 

 

빵만 보이고 세상이 안 보이게 되면 어떤 빵을 만들까.

음식, 술, 공예품, 음악 등 다른 모든 분야에서 자극을 받아 아이디어를 얻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많은 곳을 찾아가고, 다양한 책을 읽을 시간도 내야 한다.

 

일과 생활이 하나가 된 삶에도 '휴식의 시간' 이 필요하다.

 

자. 이제 나는 매장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고 '휴식의 시간' 이라고 할 것들을 드디어 마침내 가지게 되었으니, 시간의 양이 아니라 시간의 질로 승부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만들어가자.

 

 

라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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