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문득 생각났는데,

 

심심한 기분을 느껴본지가 정말 까마득하다. 사실 기억도 안 나는데, 분명 그 기분이 어떤건지 느껴본적 있어. 라는 느낌만 있희미하게 남아 있다.

 

읽을 책이 산더미고, 다시 읽고 싶은 책도 산더미인데, 심심할 틈이 어디 있나. 

 

책 붙들고 사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까?

 

사실, 책보느라 대부분의 여가 시간을 쓰는지라, 책 안 봐도 할 일이 태산.

 

청소라던가, 청소라던가, 청소라던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다니엘 페낙의 <학교의 슬픔>

 

뭔가 슬퍼서 일요일 낮에 붙들고 있긴 적절치 않은 것 같..은게 아니라, 제목이 그렇네.

 

사실, 학교도, 선생님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열등생인 적도 거의 없고, 자발적 열등생이었던 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게 그렇게까지 고통스럽고 그러지 않았어서 공감도 안 가고, 인생이 바뀔만한 선생님이라면, 아주 개같은 쪽으론 꽤 있지만, 그 반대로 좋은 쪽으로는 기억에 남는 선생님도 없어서 말이다.

 

다니엘 페낙이 엄청 열등생이었고, 그를 구해낸 선생님이 세 분 있었다고 하는데, 대단하다.

 

살면서 인생을 좌우할만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그게 사랑이던, 우정이던, 뭐던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학생일 때 좋은 사제간의 인연을 찾는 것 역시 쉬울리가 없으니 그게 그렇게 안타까울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여튼, 그런 거부감들이 있지만, 일단 다니엘 페낙이란 이름으로 덜컥 샀고, 산 이상 계속 읽고 있고, 제법 재미포인트도 나름 찾아가고 있다. 다니엘 페낙이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니엘 페낙의 소설들을 진짜 발광하며 재미나게 읽었던 예전과는 달리 심드렁해진 것은 이게 꼭 소설이 아니고 자전적인 이야기라서만은 아닐 것 같다.

 

내가 좀 심드렁해지기도 한 것 같고.

 

한번 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다닐 때의 괴물같은 선생의 탈을 쓴 개새끼들에 대한 분노만은 사그러들지 않는구나. 싶은 걸 보면, 어린 시절, 청소년 시절의 트라우마는 어른이 되어서의 일과는 차원이 다른 큰 일인 것 같다.

 

그러고보면, 열등생으로 다니엘 페낙의 학교 보다 나의 학교가 더 슬프다.

예전부터 이야기해온건데, 학창시절을 내 인생에서 그냥 다 빼 버려도 된다. 기억도 추억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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