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붉게 피던 집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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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 미야베 미유키, 이사카 고타로 등으로 붐이 일었던 일본 미스터리.

 

다작 작가들의 범작들이 함께 쏟아져 나오다 보니 작가 이름만 보고는 실망할 준비가 충분히 된 기대를 하며 관성처럼 신간이 나오면 또 읽고, 또 읽게 되었다.

 

그 외에도 해외 수상작, 해외 인기 시리즈물, 고전, 등등 다양한 추리소설이 출간되어 대충 읽는 속도 나오는 속도 맞춰나가며 추리소설 쪽으로는 다양한 레파토리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반면, 국내 미스터리 작가의 동향에 대해서는 깜깜 무소식인데, 여기저기 간간히 들리던 송시우 작가의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을 읽게 되었다. 영드,일드,미드 대부분의 수사물 섭렵하고 우리나라 수사물 보면 수사하다 연애 하는 이야기.와 현실성 떨어지는 저질 대본에 실망하는 일이 되풀이 되다보니, 미스터리 선진국들의 작품들을 많이 접해 온 후에 국내 미스터리 읽는 것은 기대치가 거의 없었다고 하겠다.

 

감상부터 말하자면, 나쁘지 않았다. 좋았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자기계발 책, 강연, 티비 인터뷰 프로그램으로 제법 유명인사가 된 수빈은 유년 시절에 대한 칼럼을 부탁 받고 80년대 라일락 나무가 있던 다세대 주택 단칸방에서 옹기종기 살던 기억을 떠 올려 칼럼으로 쓰게 된다. 라일락 나무가 있어 '라일락 하우스' 라고 이름 지은 그 집에서 함께 살던 과일장수집 아들 박우돌, 별명 바둑돌과는 어린 시절 이후 책 사인회에서 다시 만나 연인이 되었다. 박우돌과 함께 옛날 일들을 떠올리고, 기억을 재구성하기 시작하고, 당시의 사람들을 찾아 만나게 된다.

 

수빈이네 식구, 과일장수집 우돌이네 식구, 연예인 뺨치게 예쁘고 잘생겼던 신혼부부, 세 언니, 문간방의 대학생 영달오빠까지. 복닥복닥 모여 살았더랬다.

 

과거와 현재, 수빈의칼럼을 오가며 밝혀지는 진실이 꽤나 잘 짜여져 있다.

80년대를 회상하는 장면은 디테일하고, 수빈과 비슷한 시대를 살아와서 그런지, 그 때 아주 어렸지만, 아련아련 기억나는 이야기들이다. 80년대 회상 장면들과 세 언니들 중 한 명이 생활보호 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되며 동사무소에서 깽판치는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이 부분이 정말 한국적이고, 한국의 사회파 미스터리가 될 수 있는 부분이어서 그렇다. 수빈의 성공과 그 후.에 대한 이야기는 요즘 많이 보는 패턴인데, 좀 더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일본의 사회파 미스터리를 읽으며 아무리 공감한들 남의 나라 이야기이니 감안하고 읽게 되는데, 이건 우리의 이야기이고, 일본 못지 않게, 널린게 소재인데, 소설보다 드러운 현실이다보니, 우리나라 사회파 미스터리 나오면 정말 재미있겠다 싶다.

 

복선이 너무 한 번에 주르륵 나와서 뒷이야기가 후르륵 짐작이 되어 버리는 점이 살짝 아쉽고,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담긴게 아닌가, 혹은 그 이야기들이 제대로 모이지 않아서 너무 많게 느껴질 수도 있겠고.

 

옛날을 회상할 수 있는 잘 짜인 현대 미스터리. 정도로 평할 수 있겠는데, 어떤 모습들을 더 보여줄지 모르겠으나 미야베 미유키의 공감과 시선, 혹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재미. 가 아니라면, 좀 더 주제가 선명해져서 이 책이 보여주는 사회의 문제. 같은게 바로 떠올랐으면 좋겠다.

 

사회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한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사회문제를 가장 적나라하게 잘 드러내줄 수 있는게 '미스터리' 장르라고 생각한다.

 

새삼, 기대 안 하고 읽는 일본 미스터리 작가들의 대단함.을 다시 느끼기도 했다.

 

다음 작품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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