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살 사계절 만화가 열전 4
앙꼬 지음 / 사계절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알콜 중독이었을끼? 삼십 살, 앙꼬 작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책을 보는 나에게 묻는 질문이다.

요즘 다시 보는 웨스트윙에 의하면 알콜 중독은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으니, 와인 반병, 맥주 다섯 모금쯤이 주량인 나는 아마 알콜 중독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콜 중독 비슷한 병을 앓고 있었음은 틀림 없다. 술 마시며 죽을 고비들을 넘기는 것이 평범한 일은 아닐테니 말이다. 이 자리를 빌어 사람 하나 살려준 내 많은 술자리 지인들에게 감사.

 

뜬금없이 '알콜 중독'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삽십살은 말랑말랑하고, 호강이 넘쳐 요강에 똥싸는 삼십살이 아니다. 아주 치열하고 힘겨운 삼십살이다. 그건 사실 이십구살에도 삼십한살에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저자는 알콜 중독에 정신과도 일년여 다녔다. 여기에 방점을 찍고 싶지는 않지만, 어떻든, 그녀는 자신 안의 독을, 알콜에 몸과 장을 의존하게 하고, 잠과 밥으로부터 자신을 차단하며 자학하는 그런 독들을 그림일기로 조금씩 녹여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 이십대의 몇 장 정도는 이 사이에 끼워 넣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첫장에 자신의 발이 255인데, 245를 신으며 늘 괴로워하고, 힘들어했었고, 마침내 255를 신고 한참을 울었다는 이야기를 보며, 뭐 이런 한심이가 다 있어. 했는데, 마지막 장을 덮으며, 그녀도, 나도, 인생을 버거워한 적 있고, 버거워하는 모두도, 한 번 태어났으면,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데, 불행한 모두도, 행복하지 않은 모두에게도 다 해당되는 이야기구나 싶었다.

 

맞지 않는 신발같은 수 많은 인생의 고통들을 맞는 신발로 갈아 신고 환희와 여유와 행복으로 바꾸는 일. 그런 일들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다른 한 편으로는 고통과 불행과 우울도 행복과 편안함과 즐거움처럼 인생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는 개 풀뜯어먹는 소리같겠지만, '지금'만 사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도 사는 존재인 우리에게 진정 단순한 삶의 즐거움은 복잡함을 겪어본 다음에야 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

 

별 생각 없이 읽게 된 책에 이렇게 나의 인생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앙꼬 작가의 다른 책들을 읽어볼 생각이다.

이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마냥 양지에서만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마냥 양지만 바라보고 살아온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 앙꼬 작가를 검색해보면, 늘씬한 미녀가 나온다. 큐티발라하게 노래하는 동영상을 보다가 책을 읽고 가져 온 인상이 와르르 무너질뻔 했지만, 책의 마지막까지 읽다보니 더 응원하게 된다. 아.. 사람은 예쁘고 늘씬하고 볼 일인가.(게다가 키도 큼. 만화 속에 꾸미면 멋쟁이.라는 글을 보고, ㅋㅋㅋ 했는데, 진짜였다.) 라는 이상한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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