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를 살까 결혼을 할까
파울라 페레스 알론소 지음, 유혜경 옮김 / 창작시대 / 1999년 10월
평점 :
품절
* 남자를 찾습니다 :
한 여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누렁이 개와 경쟁할
적당한 남자 구함.
단순하고, 명랑하고, 진실하며,
외향적이고, 충성심이 매우 강함.
심각하게 분위기를 잡지도 않으며,
요구사항도 없음.
심심해 하지도 않고, 영화를 좋아하며,
조용한 산책을 즐김.
격식을 차리지도 않을뿐더러,
타인에게 큰 기대도 하지 않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임.
개를 살까, 결혼을 할까, 책 표지의 예쁜 작가의 얼굴. 처음 몇장을 읽으면서, 30대 여자의 사랑 이야기로 착각했더랬다. ' 개를 살까, 결혼을 할까' 얘기하며 끊임없이 잡지에, 신문에 조금씩 그 조건을 바꾸어 가며 남자를 찾는 여자의 이야기.
그러니깐 뭐랄까. 이런거다.
온 가족이 사고를 당하고 나만 살아남았다. 나의 삶의 의미가 모두 사라졌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묻는다. ' 커피 마실까, 콜라 마실까' 아무 의미 없는 물음. 몸이 바스러지고 혼이 빠지는 커다란 고통에도 불구하고 입에서 튀어나오는 일상의 말들.
그리 쉽게 쉽게 읽히지 않는다. 주인공인 후아나. 누렁이와 경쟁할 남자를 찾는 광고를 내는 여자. 그녀는 그녀의 존재 이유인 그녀의 오빠 크리스를 사랑한다. 크리스는 예민하고 밝으며 사려깊다. 크리스에게는 가장 친한 두 친구가 있다. 막스와 오라시오. 후아나는 오라시오와 사귀었었고, 후에는 막스와도 사귀었었다. 오라시오는 그림을 그리는 오리오와 사귀고 있다.
20대초에 후아나는 정말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유태인 게릴라였다. 그가 도망갔을때 후아나는 그의 애인으로 잡혀가서 힘든 시간을 보냇다. 그는 잡혀갔고, 죽었다. 가장 큰 첫사랑을 잃은 후아나는 그 아픔을 잊기 위해 몇년의 시간을 보내고 여전히 그 아픔을 간직한채 고국으로 돌아온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군부정치 아래 억압당하고 고문당했거나, 억울하게 친구를 잃고 가족을 잃었거나.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그렇지 않은척 선전하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그들의 쉽지 않은 삶의 이야기들이다.
끝이 없는 소설이다. 마음을 허하게 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