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인간아 > 독서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혼자이길 좋아할 수밖에 없고, 독서는 함께 나눌 수 있는 경험이 아니고 오로지 단독자로서 책과 일대일로 만나는 성스러운 체험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고독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면 나는 외톨이로 방구석 은밀한 곳에서 독서하면서 노는 걸 좋아하지, 밝은 대낮에서 함께 어울려 놀거나 화려한 조명에서 웃어가면서 즐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독서가 가치 있는 체험이라는 건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만, 절대로 다시 반복되거나 똑같은 경험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있다. 같은 책도 읽는 시기와 마음의 상태에 따라 몹시 달라진다는 경험은 다른 분들께서도 해보셨으리라. 책을 통해 은둔하면서 세상과 만나는 게 더욱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는데, 이 몽상은 위험하기도 하면서 또한 내게는 무척 매력적이다. 허상과 이미지와 가상의 세계를 통해 진실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는 게 증명되는 셈이다. 전에 나는 영화 속의 사람처럼 감옥에서 독서하면서 살고 싶다는 욕망을 말한 적이 있는데, 혹시 감옥에서 위대한 저작들이 많이 나온 이유도 이러한 의미의 증거가 아닐까.
소설가 김연수의 홈페이지에 들러서 아래와 같은 문단을 봤다. 공감한다. 각자의 길은, 각자가 만들면서, 가는 거다. 나는 책이라는 거울을 본다.
여럿이 함께 책을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은 삶의 길이란 혼자서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삶을 위해 대신 책을 읽어주지는 않으니까. 그런 점에서 책은 거울과 같은 것이다. 거울에 거울은 비춰지지 않는다. 우리는 거울을 바라보건만, 보이는 것은 자신의 모습뿐이다. 우리는 책을 읽지만, 읽히는 것은 결국 자신의 삶일 뿐이다. 삶은, 혹은 책은 그처럼 혼자서 끝없이 읽어나가야만 하는 어떤 것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