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콘래드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로저 젤라즈니 지음, 곽영미.최지원 옮김 / 시공사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내이름은 콘래드 뒤에는 짧은 단편이 있다. '프로스트와 베타'라는 심심한 제목의 단편. 방금 막 책을 덮으면서 아- 긴 한숨을 내쉬며 책을 한번 쓰다듬게 만드는 그 단편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다.

나름대로 현학적이고 화려하고 통통튀는 문체의 로저 젤라즈니의 '내 이름은 콘래드' 에 비해 '프로스트와 베타'는 '이보다 더 건조할 수는 없다' 이다. 그도 그럴것이 인류가 멸망하고 인류가 지구를 관리하도록 만든 '솔콤' 만이 지구를 관.리. 하고 있다. 솔콤이 보안기능 장애를 겪는 와중에 만들어낸 '프로스트'는 지구의 북반구를 관리하고 '베타'는 지구의 남반구를 관리한다. 하루에 한두시간이면 모든 일을 다 해내고 남는시간에 취미로 '인간'을 연구하는 은청색의 120x120x120 입방체로 자가 발전과 수리가 가능하며, 지구상의 어떤 개체와도 동떨어진 존재로 어떤 모습으로도 변형하는 것이 가능한 프로스트에 관한 이야기다. '논리' 만으로 이해불가한 '인간'을 분석하고 솔콤에 대항하는 디브콤으로부터 함께 일할 제의를 받자, 인간에 관한 모든 자료를 넘겨받고 자신이 인간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그때는 디브콤 밑에서 일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남아있는 모든 장서와 예술품과 비디오/영화 등을 보고 인간이 되어보고자 한다.

절박하게 인간이 되고자 하는 궁금중에 가득차 있는 프로스트의 모습은 이미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가리지 않고 호기심의 노예인 인간의 모습을 이미 닮았다.

모르델이란 골동품로봇과 베타가 지배하는 남반구로 간다. 베타에게 논리적으로 분석 불능인 프로스트. 베타는 프로스트를 북반구로 추방하지만, 마지막으로 메세지를 보낸다. '왜?'

북반구를 지배하는 프로스트와 남반구를 지배하는 베타는 솔콤의 지배를 받는다. 디브콤은 솔콤이 복구불능의 상태가 되었을때 지구를 관리하고 지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로봇이다. 솔콤은 복구불능 상태가 되었을때 솔콤은 다시 완벽하게 자가회복을 하지만 디브콤은 이미 복구불능 상태인 솔콤은 지배자가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디브콤과 솔콤은 싸운다.

이렇게 어떻게 보며 뻔하고 불쌍하고 건조한 '프로스트'란 로봇과 그 주변로봇들의 이야기는 마지막 장( 말그대로 마지막장) 에서 갑자기 '시' 가 된다.

프로스트의 마지막 (하우스만의 시구를 인용한) 말은 정말 아름다웠다.

'내 이름은 콘래드'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SF소설에서 바라는 것을 다 충족시켜준다 . 젤러즈니 특유의 현란한 문체( 비록 번역된 것일지라도!) 에 읽는내내 즐겁다. SF 소설이 그렇듯이 무거운 주제의 무거운 미래 현실의 죽지 않는 '콘래드' 의 이야기는 미래의 '신화'를 보는 것 같다. 그리스에서 태어난 그는 미래에 보는 과거의 '신' 에 다름없다.  이미 오래전에 쓰여진 이야기이기에 설정이 귀엽게 느껴질정도로 후질때도 있지만, 시간을 뛰어넘는 책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난 야수같은 남자주인공이 좋다는 걸 깨달았다!

'내 왼쪽 뺨에는 아프리카 대륙처럼 생겨서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자줏빛 반점이 있다. 그 반점은 내가 뉴욕 관광사를 위해 구겐하임 미술관을 발굴하고 있을 때 곰팡이 핀 캔버스에 붙은 돌연변이 균에 감염되어서 생긴 것이다. 내 머리카락은 손가락 하나 들어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눈썹 바로 위에서 자라 있다. 눈동자는 좌우의 색깔이 다르다( 사람들을 위협하고 싶을 때는 차갑고 푸른 오른쪽 눈으로 노려본다. 갈색눈은 '성실하고 정직한' 인상을 주고 싶을 때 쓴다.) 그리고 오른쪽 다리가 짧아서 오른발에는 그만큼 굽 높은 구두를 신는다.'

사실 콘래드는 좀 더 길거나(두꺼운책 중독자), 시리즈로 (시리즈책 중독자)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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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9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5-05-19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어머,, 어머,, 지적 감사해요. ^^
그렇군요! 젤라즈니 중독자이시군요! 제가 워낙 정말 이상하고 말 안되지 않으면 번역에 신경 안(못!)쓰는 편이라서요. 역시나 별 신경 안쓰고 읽었습니다요. ^^

깍두기 2005-05-19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원서를 읽을 실력이 안되니 번역을 뭐라할 처지는 아니지만, 일단 김상훈씨 번역을 읽었기 때문에, 비교가 될 거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