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자와 호노부의 <바보의 엔드크레디트>를 읽고, 눈 앞에 있는 마이클 더다의 <셜록 홈즈를 읽는 밤>을 외면하기는 힘들다. 어젯밤에는 하라 료의 <안녕, 긴 잠이여>를 아직 안 읽은 걸 깨닫고 흥분했지만, 일단 <셜록 홈즈를 읽는 밤>을 먼저 읽는 걸로.

 

 "도저히 거부할 수 없을 이 특별 선물 앞에서 내가 얼마나 안달했던지, 그러나 나는 최적의 조건이 갖춰진 상태로 읽을 수 있을 때까지 독서를 미뤄 두기로 단호하게 마음먹었다. 최소한 폭풍이 몰아치는 어두운 밤 정도는 되어야 했고, 내 주의를 분산시킬 누이들이나 부모님이 전부 집을 비운 상황이어야 했다. 드디어 11월 초, 그 조건에 딱 맞는 토요일이 왔다. 부모님은 그날 저녁 '딸내미들'과 함께 친척집을 방문하겠노라 선언했다. 그렇다. 나는 집에서 홀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날 오후는 곧 쇳덩이 같은 흐릿한 회색을 띠기 시작했고, 금방이라도 비가 퍼부을 것 같았다.

 

나는 1달러를 꼭 움켜쥔 채 빨간색 로드마스터 자전거를 타고 월렌스 드러그스토어로 달려가 재빨리 캔디 두세 박스, 크래커 잭 한 상자, 차가운 오렌지 크러시 한 병을 골랐다. 가족들이 새로 뽑은 1958년형 포드를 타고 날아간 뒤, 나는 침대에서 담요를 끌어 내 거실의 커다란 놋쇠 램프 옆 안락의자 위에 잘 펴 놓았다. 구입한 비상식량을 손 닿는 곳에 배치해 둔 다음 집 안의 다른 불을 전부 끈 채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하운드 견이 그려진 나의 페이퍼백 소설 앞 장을 넘겼다. 바로 그 순간 하늘에서 벼락이 쾅 소리를 내며 내리쳤고, 빗줄기가 커튼 어무 유리창을 세차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 중에 그 책과 꼭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 BGM으로 틀어 놓는 책도 음악도 많이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냥 책 있고 시간 있으면 거기가 어디던 꺼내 읽으며 딱히 최적의 조건을 찾지는 않지만, 그럴 때는 있다.

 

책 읽을 때, 겨울이라면 따뜻하게 보일러 켜두고, 여름이라면 시원하게 샤워하고, 와인을 따른다. 안주는 책에 튀지 않는 간단한 걸로 준비. 고양이 옆에 불러다 세팅해서 골골골 소리 내는 폭신한 하얀 털덩이를 껴안고, 이불과 베게와 쿠션을 최적의 상태로 몸에 맞추고, 책을 편다.

 

정리하면, 덥거나 춥지 않게, 그러니깐, 따뜻하거나 시원한 상태에 고양이와 와인을 끼얹으면 최적의 상태인셈.

 

겨울을 타는 나는 지금은 비록, 감기에 걸려 골골대고 있지만, ( 하루 사이에 2킬로 빠졌다 그 다음날 3킬로 찌는 몸의 반란 -_-;;) 모든 감정이 선명해져서 책도 더 잘 읽힌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 아니라 겨울이 독서의 계절 아닌가?

 

.. 라고 쓰고 보니 본격 여름,가을 까는 페이퍼.. 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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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0 16: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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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0 16: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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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0 17: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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