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빙과 ㅣ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11월
평점 :
고교 생활 하면 장밋빛이다. 그리고 장미는 필 장소를 얻어야 비로소 장밋빛이 될 수 있다.
나는 적합한 토양이 아니다. 그뿐이다.
고교 생활이 장밋빛이라니, 내 고교 생활은 그렇지 않았다. 조회 시간에 운동장에 전교생이 모이면 장례식장과도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는 교복이 아닌 상복의 시절이었다. 관속에 들어간건 '청춘' 이겠다. 딱히 고교 생활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중학교도 대학교도 인생에서 통째로 빼 버려도 좋겠다고 오랫동안 진심으로 생각해오고 있다.
내 요네자와 호노부는 이렇게 귀여울리 없어. 라는 느낌일랄까. 워낙 라이트 노벨도 쓰고, 고전부 시리즈도 애니로 방영되어 인기를 끌만큼 덕후를 거닐고 있는 학원물 시리즈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책이 과하게 귀엽고 예쁘다. 과잉귀여움.
이야기는 제법 진지하게 읽어낼 수도 있다. 쿨내나는 '회색' 의 주인공 오레키의 '장밋빛 청춘' 에 대한 고민이랄까.
'빙과' 라는 고전부 문집의 이야기를 빼고는 너무 소소해서 미스터리라고 하면 좀 민망할 것 같고, 문장들은 말장난과 클리셰들로 이어진다. 이 부분이 싫을까 말까 했는데, 전체적으로 재미도 있었고, 박현주씨의 해설까지 읽고 나면, 꽤 괜찮은 독서였어. 싶어서 다음 시리즈를 기대해보기로 했다.
11월 첫째날의 독서.
월말을 치열하게 보내고 난 후의 나른함과 소진, 새로운 각오와 연말을 향해 달려가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11월,
그 첫 날 속에 맛있는 아이스크림 냠냠 먹듯 '빙과'를 읽었다.
영어 제목이 Niece of Time이다. '진리는 시간의 딸' 의 패러디 제목이다. '빙과' 라는 문집을 보고 과거를 재구성해나가는 이야기가 닮아 있다.
좋아하려고 마음 먹으면 좋아할 수 있고, 싫어하기로 마음 먹으면 싫어할 수도 있는 시리즈.
나는 예쁜 만듦새와 친절한 해설, 그리고 이야기의 결말과 '청춘은 장밋빛?!' 이라는 빌어먹을 주제를 좋아하기로 마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