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미친 꼬마
에두아르도 바리오스 지음, 남진희 옮김 / 산하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행복했어요. 정말 너무 행복했어요. 그녀를 생각하면 때때로 너무 기분이 좋아 가슴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어요. 하지만 어떤 때는 너무 쓸쓸해 보이는 하늘처럼 가슴 저미는 외로움을 느껴야만 했어요.

여기 사랑에 빠진 한 꼬마가 있고, 그 꼬마의 슬픈 고백에 관한 이야기다. 책 제목은 장난이 아니다. 이 책은 예쁘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으며, 애틋하거나, 로맨틱하지도 않은 사랑 이야기이다.

그 사랑의 주인공은 한 꼬마와 소녀에서 여자로 넘어가는 안젤리카이다.

동화같은 문체에 귀여운 일러스트에 연상의 여인에게 말 그대로 빠지게 된 꼬마는 사랑에 부들부들 떨고 어느 순간 하늘나라로 치솟았다가 어느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 꼬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두와 사랑이라는 열병을 앓는 꼬마에 관한 이야기이다.

꼬마의 주변인물은 다음과 같다. 꼬마를 놀려먹는 꼬마의 두 형. 꼬마를 안스러워하면서 꼬마에게 신경쓰는( 그러나 꼬마가 느끼기에는 순례하고 박해받는듯한) 엄마. 그리고 왜인지 꼬마를 미워하는 할머니와 집에 종종 찾아오는 모두가 좋아하는 카를로스 아저씨.

그리고 꼬마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꼬마를 진료하다 발견한 일기장에서 보고 세상에 알리는 의사선생님이 나온다.

작가인 에두아르도 바리오스는 온갖 떠돌이 경험 끝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칠레의 권위있는 국민문학상등을 수상했으며, 문학잡지의 편집장, 문교부 장관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그의 온갖 떠돌이 경험은 흔히 얘기하는 떠돌이 경험이 아니다. 칠레에서 태어나 페루로 이주한 그는 사관학교에 입학했다가 그만두고 남미 전역을 떠돌아 다녔는데, 광산을 기웃거리거나 싸구려 약 장사, 난로 장사를 하기도 했고, 써커스에 빠져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방랑생활 끝에 그는 작가로서 거듭났다.

남미의 사랑 이야기는 항상 독특한 무언가가 있다.

동화로 아름답고 애틋하게 끝날수도 있는 이 소설의 결말은 예쁜 동화를 생각하고 읽었던 독자의 기대를 와르르 무너뜨리며 이 책의 장르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한다. 호러인가? 고대비극인가?

계속 열심히 생각해본 결과,  생경한 결말이라서 그렇지, 분명 로맨스는 로맨스다.

이 책은 '사랑에 미친 꼬마' 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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