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의 섬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여름에 추리소설에 대한 평이 특히나 박해지는건, 여름에 집중적으로 추리소설을 많이 읽기 때문인 것 같다. 이야기만으로 절대 만족이 안 되고, 캐릭터며, 분위기며, 결말이며, 이것 저것 따지게 된다고나 할까. 하루에 두 세권 읽는데, 이 이야기가 이 이야기같고, 저이야기가 저 이야기 같아서야 흥이 안 나니 말이다.

 

추리소설이 작은 산 같이 쌓인 중에 이거 매력 있는 걸 싶은 책을 읽게 되었다. <십이국기>와 <시귀>로 유명한 오노 후유미의 <흑사의 섬>이다. 눈이 침침해 혹사인지 흑사인지 자꾸 헷갈렸는데, 미신의 '흑사' 라는 의미로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메이지 정부 시절 제정일치 정책으로

 

신사는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이 의무적으로 우러러야 할 대상이 되었다. 신간도 세습이 금지되고 임명제 관리가 되었다. (...) 지역의 작은 사당도 한 마을에 하나씩 둔 신사의 씨족신으로 통합되어, 그 안에 들지 않은 신앙은 미신으로 탄압받아야 했다. 시키부가 지적하자 모리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여기는 흑사黑祠예요."

 

9장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매 장이 끝날때마다 숨을 크게 내쉬고, 두근두근하며 다음 장을 넘기게 된다.

 

조사사무소를 운영중인 시키부는 고객인 논픽션 작가 카츠라기가 행방불명 되자 그녀의 자취를 찾아 그녀의 고향인 '야차도' 로 향한다. 외딴섬, 으시시한 분위기, 외지인에게 배타적인 마을 사람들, 강력한 존재인 영주와 같은 존재인 선주 진료가. 이런 분위기들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옥문도'를 떠올리게도 한다.

 

미스터리 호러라는건 좀 어정쩡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섬에서 고립되는 시키부를 보는 것은 아슬아슬하고 섬찟하다.

뒤로갈수록 '미스터리' 쪽에 가까워진다.

 

결말은 역시 미스터리호러판타지 같은 느낌. 역시 이 작가만이 낼 수 있는 분위기인 것이지 않을까 싶다.

뻔하지 않게 결말을 향해, 사건의 해결을 향해 한 문장 한 문장 밟아 가는 느낌이라 신선했고, 다른 어떤 평보다 '매력적이다' 라는 말을 쓰고 싶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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