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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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늘 쓰쿠루야." 그렇게 말하고 에리는 조용히 웃었다.

"그거면 되지. 뭔가를 만드는 쓰쿠루 색채 없는 다자키 쓰쿠루."

 

처음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동네 서점에서 사 읽은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하루키는 나이 들었고, 하루키를 읽는 나도 나이 들었다. 나이 든 하루키를 좋아하는 나로 나이 들었다. 그러니깐, 하루키에 실망한다거나 새삼 찬양한다거나 그러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길었던 1Q84는 재미있었지만, 길었고, 제목만은 그 어떤 책보다 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짧지 않고, 재미있었다.

 

다섯손가락 같은 네 명의 우정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야기에서 이름에 색깔이 들어가 있는 개성 강한 다른 네 명과 달리 색채가 없었던 다자키 쓰쿠루는 잘려 나가고,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그 상실에서 벗어나 그의 꿈이었던 '역'을 만드는 사람이 된다.

 

끝나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죽은 친구의 이야기, 쓰쿠루의 새로운 사랑 이야기, 재즈 피아니스트 이야기, 수영하고 음악 좋아하는 후배 이야기.

 

본격추리소설도 아니니, 결론이 나지 않아도, 그저 그 이야기의 건반을 누른 것만으로도 그 이야기를 받아들인다.

책을 덮어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현실 어딘가에 현재 진행형으로 펼쳐지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하루키 열풍에 대해 벌써 몇십년째 언론, 출판, 독자들은 이야기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 열풍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도 역시 하루키는 대체불가능한 작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오래오래 책을 내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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