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로 돌아갈까? - 두 여성작가가 나눈 7년의 우정
게일 캘드웰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두 여성작가의 우정 이야기같은건 좀 오글거릴 것 같고, 말랑말랑할 것 같고, 별로 안 읽고 싶고, 그랬지만,

이건 퓰리처상 수사악가이자 문학평론가인 게일 캘드웰과 칼럼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캐롤라인 냅의 이야기이다.

 

책을 읽고난 후, 의도했던거보다 훨씬 슬퍼졌고, 훨씬 더 다져졌다.

 

두 작가가 서른이 넘어 만나게 되어 서로가 소울메이트임을 알고,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고, 매일매일을 사랑하며 충만하게 보내는 것. 쉽게 보기 힘든 이야기이다. 그 둘은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한 것을 각각 겪어왔다. 알콜 중독을 겪었고, 나쁜 남자를 겪었으며,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개를 돌보고 있다.

 

캐롤라인 냅은 몇년동안이나 읽으려고 보관만 해둔 몇 권의 책의 저자이다. 알콜 중독과 그것에서 벗어나는 이야기 '드링킹', '세상은 왜 날씬한 여자를 원하는가', '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 세 권이다. 게일 캘드웰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저자인데, 이 책을 통해 남은 그 둘을 더 알고 싶은 진한 아쉬움을 캐롤라인 냅의 책을 읽으며 달래봐야겠다 싶다.

 

몇가지 중요한 키워드가 있다. 로잉(강에서 노젓는 스포츠), 개, 알콜중독.

 

사교적이지 않고 내성적인 그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나는 당신이 필요해' 라고 인정하는 단계가 되는 것.

같이 있어도 더 같이 있고 싶어 '먼길로 돌아갈까?' 말하는 그런 친구였던 게일과 캐롤라인.

그들에겐 클레멘타인과 루실이라는 대형견이 있다

 

개 이야기, 알콜 중독 이야기, 로잉 이야기, 그들이 서로 어떻게 가까워지고, 어떻게 서로에게 소울메이트가 되고, 어떻게 캐롤라인을 보내게 되었는가 하는 이야기.

 

처음에는 캐롤라인을 떠나보내는 애도의 글이라고 생각했다.

애도의 글이다. 물론. 하지만, '상실'보다 '과정' 에 더욱 마음이 간다.

 

캐롤라인을 암으로 떠나보내고, 마음에 메워질 수 없는 구멍을 가지고 살아가던 게일은 늘 함께 있어줬던 사모예드 클레멘타인과 산책중 도베르만 두 마리의 습격을 받는다. 가슴이 얼마나 쿵쾅거리던지.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상실의 아픔은 더욱 커진다.

 

"가슴에 구멍이 뚫린다."

클레멘타인의 죽음을 두고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엄청난 상실은 극복되는 일이 아님을 이제는 안다.

우리는 상실을 받아들이고 상실은 우리를 이전과 다른, 더 인간적인 생명체로 깎아 다듬는다.

 

책을 읽고, 게일이 겪었던 상실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나 자신을 위한 버킷리스트 같은건 의미 없다고 생각해왔다.

이 책을 읽고 '말로와 나'를 위한 버킷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말로는 2007년 4월생. 이제 여섯살이다. 태어난지 석달이 지난 후, 6년의 묘생을 줄곧 나와 함께했다.

잘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잘 살아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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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니 2013-07-08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작스럽게 9년을 함께한 둘째 냥이를 잃은지 23주가 됩니다..인용하신 문장이 꼭 맞습니다..엄청난 상실은 극복되지 않는 일임을 저도 겪고나서야 깨닫고 있는 중이에요..그리고 이것이 살아가는것이구나 하는 것도..

하이드 2013-07-08 13:25   좋아요 0 | URL
말로와 헤어지는걸 생각하면 무서워요. 말로가 약해지는 것도 무섭구요. 무서운게 없는 저지만, 그건 많이 무서워요. 버킷리스트로 함께 하는동안 최대한 행복하게 살아야지.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