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 늘어나니까 사람은 필요한데 사람을 고용할만큼 매출이 크게 늘지는 않았거든요. 그래도 어느 시점에는 고용해야겠더라구요. 3명이서 정말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계속 일을 했어요. 그러니까 장사가 안된건 아니에요. 그런데 매출을 계속 유지하기가 어렵더라구요. 아무리 많이 팔아도 공간의 한계가 있었죠.
맞아요.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자영업은 공간의 크기가 곧 매출의 한계죠.
장사가 잘 되서 망하고, 안되서 또 망하고. 혼자서 죽어라 하니 한계가 있고, 특히나 장사가 잘 되면 더더욱. 나 하나 힘들다고 버틸 수 있는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인력'이 필요하게 되니깐. 단기로 사람 구하는건 쉽지 않고, 내 안의 혀같은 직원 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적당히 절충하며 최서늘 찾아야 한다. 겨우겨우 직원을 뽑아두면, 이제는 장사가 안 된다.
이런 악의 싸이클.
작년보다 올해 잘 되었지만, 난 그만큼 경험도 쌓았고, 물건도 효율적으로 들여왔는데, 생각보다 매출이 확 뛰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공간'의 한계이고, '인력'의 한계인 것이었구나를 새삼 깨닫는다.
업의 본질을 꿰뚫고 공간적으로 철학과 고뇌가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많은 분들이 인용해주셨던 바로 위의 문장때문이다. ( 찾아보면 더 길게 인용해 둔 것 많음)
어떤 매장을 하던지간에 쥔장이 '업'의 '본질'을 '꿰뚫고', '공간적으로' '철학과 고뇌'가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정말 중요하다. 나는 꽃과 풀을 팔지만, '이야기'를 판다고, '기억'을 판다고 '공간'을 판다고 생각하고 있다.
꽃이 전달하는 이야기, 꽃이 만들어주는 기억, 꽃이 있는 공간.
그런것들이 드러날 수 있는 철학과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매장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은 보여지는 부분 뿐만 아니라 그 공간에 스며 있는 공간을 방문하고, 공간에 상주하는 손님과 직원, 쥔장이 다 같이 만들어내는 오라도 포함한다.
자영업자가 아무리 많아도 직장인이 또 그만큼 많으면 된다. 자영업자의 고객은 직장인이니까.
당연한건데, 잊고 있었다. 직장인 생활을 오래 한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건 '힘을 내요 직장인!' 인 것이었다. 책상 위에 꽃 한 송이와 초록이들 돌보며 시름을 덜어낼 수 있기를 바라고 바란다.
사실 이 문장의 뒷부분은 암울하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암울하다." 로 이어지는 문장은 대기업들이 사람 뽑는 걸 줄이고, 중소기업은 죽어나가고 뭐 이런 분석들이 이어진다. 그러니, 고객이 줄은 자영업자 또한 어떻게하든 망할 수 밖에 없는 결론.
다양한 의미에서, 미시적으로만이 아닌 거시적으로 '자영업'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사회적 가게' 같은건 아직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기만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