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 뉴욕 - 뉴요커 63인이 바라보는 다채로운 풍경
마테오 페리콜리 지음, 이용재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뉴요커 63인이 바라보는 다채로운 풍경

리뷰 제목은 서문의 '창문은 각자 인생의 틀' 에서 따왔다.

'각자가 도시 풍경에 품고 있는 개인적인 연결 고리,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인 풍경의 존재 방식, 우리가 자아내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바라보는 존재, 이 세 가지가 삶에 심오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테오 페리콜리의 그림도 폴 골드 버거 서문의 글줄도 섬세하고 멋지다.

'창밖 풍경에 대해 말할 때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창 너머 세상만큼이나 스스로를 드러낸다.'

그런가요? 그건, 창밖에 풍경이라 할 만한게 있는 뉴요커들의 이야기인가 싶지만, 이런 불평은 어느 앵글에서 글, 사진, 그림, 등등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 이야기하더라도 무궁무진하게 멋진 뉴욕에 대한 열등감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책의 창문에 힘을 줬다.

내가 너의 이름(창문)을 불러 주었을 때, 너는 '창문'이 되었다. 창문으로 얼마나 많은 사색이 가능한지! 이 책을 읽고 나면, 빛이 잘들고 안들고를 판가름하고, 밖에서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의 정도에만 소용이 되는 창문이 아주 특별해 진다.



'사무실의 아름다운 줄리엣 윈도 너머로 크라이슬러 빌딩이 보인다.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며, 내가 뉴욕에 품었던 반짝이는 꿈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도 글을 쓸 때는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볼수 있어 다행이다. 아니면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으니까. - 노라 에프런'

아, 이건 줄리엣 윈도.


'경치를 내다보기보다는 뉴욕 시라는 팝업 북에 살고 있는 듯, 그 풍경 안에 존재한다고 느낀다. - 캐롤라인 배런'

발랄하다! 뉴욕 시라는 팝업 북! 서울 시라는 팝업북은 .... 으... 상상이 안 된다.


멋진 팬트하우스다.

'창 너머로 아파트에 사는 수십 가구의 이웃이며 타운하우스, 예술가의 아틀리에까지 들여다보지만 맨눈으로는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이 누구이며 무슨 일을 하는지는 그저 상상에 맡긴다. 망원경으로 보는 건 도시 윤리의 불문율을 깰 뿐 아니라, 내 생각보다는 헐씬 덜 그럴싸할 게 뻔한 그들의 삶을 그대로 드러낼 테니. - 존 베런트'

훨씬 덜 그럴싸할 게 뻔한 타인의 삶이다. 자신의 삶에 충실해야지.


'새벽에는 흉내지빠귀 소리가, 아침에는 짐 부리는 트럭의 통통거리는 엔진 소리가, 정오에는 아래층의 텔레비전 소리가 들린다. 오후에는 옆집 아이들이 놀면서 지르는 쇠가 희미하게 들려오고, 해 질 녘에는 자동차 알람이, 저녁에는 경찰차 사이렌이 들린다. 그러고는 정적이 찾아온다.- 데릭 버멜 '

내 사랑하는 말로에게 선물하고 싶은 창문이다.


'내 스튜디오는 창문 없는 전기통신 탑 바로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건물 꼭대기는 초단파 발신기로 가득 차 있어서 창밖 경치를 떠올리면 그저 암이 연상될 뿐이다. 그래서 웬만하면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 스티븐 콜베어 '

그래 이런 멘트가 하나씩 껴 줘야 잠시 질투를 누르고 웃고 페이지를 계속 넘길 수 있다구.




니콜 크라우스라서 좀 더 멋진거긴 한데,

'아들 방에서 브루클린 윤리학 센터가 내다보인다. 여름 내내 윤리학자들이 정원을 빌려 결혼식을 치렀다. 관악 밴드며 취중 건배, 앰프에서 나오는 되먹임 소리, 같은 노래가 아들의 잠결에 스며들었다. 사랑의 진부함에 대한 조기교육이랄까. - 니콜 크라우스'

같은 창문에 대한 남편의 멘트도 듣고 싶은...




가장 반짝반짝이는 창문 밖 건물이다.

'무명 건축가 스티븐 디케이터 해치가 창 너머 보이는 저 명작을 설계했다. 운 좋게도 매일 바라볼 수 있다. 때로 저 멀리 북유럽이나 다른 시대의 성에 사는 상상을 하는 한편, 저 거물에 사는 사람들은 내가 보는 걸 볼 수 없으니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눈은 스스로를 볼 수 없으니 흔해빠진 이 건물과 주변 건물이나 보겠지. 물론 스스로를 볼 수 없다는 건 때로 행운도, 불운도 될 수 있다. - 니엘 프랭클'

... 아... !




말로에게 주고 싶은 두 번째 창문

'그리니치빌리지에 있는 이 집에 처음 이사 왔을 때, 1층에는 내다볼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떤 시간대면 그림자가 작은 뒷마당의 벽돌 벽에 살그머니 생긴다는 걸 알았다. 부엌 유리문으로 내다보인다. 커다란 플라타너스의 그림자가 마당 벽에 형체를 빚어낸다. 빌려 온 풍경, 뉴욕 스타일이다. - 애니 레보비츠'


'우리는 도시 사람이라 도시의 삶이 꽤 중요하다. 그렇지만 나무와 조용한 마당, 가을의 빛깔, 명절의 불빛, 봄의 기색 등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경치가 도시의 활기에 편안한 대조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빛, 그것도 많은 빛이 깃든 풍경이라는 게 중요하다. -프레드 루블린'

나무와 조용한 마당, 가을의 빛깔 등등이 도시에서 중요한 이유!




어느 지친 여행 끝 새벽에 뉴욕의 호텔방에서 찍은 창밖이다. 사진들을 뒤적여봐도 사진에는 볼 것도 없는 아파트거나 빌라가 있는 사진 정도이다. 그나마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를 담기 위한 사진의 배경으로.

그래서, 내가 바라보는, 아니, 훔쳐보는 창밖은 늘 여행지에서였던 것 같다.


'<창밖 뉴욕>은 가벼이 보아 넘겨서는 안 될 교훈도 말해준다. 집을 닫힌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며, 어떤 건축으로도 범위가 한정되지 않고 완벽하게 트인 공간의 경치에는 아쉬움이 있다는 점이다. 창은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세상을 그리는 틀이므로, 페이콜리가 책 제목을 '창문은 각자의 틀'이라고 붙였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행지에서 나의 틀을 찾으려 하지 말고, 뭔가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이야길 만들 수 있는 '나의 틀'을 찾아보자. 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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