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중 - 타인의 증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할머니 집으로 돌아온 루카스는 나무그늘이 진 앞마당 울타리 옆에 누웠다.

하나인듯 둘이였던 쌍둥이는 이제 '루카스'란 이름을 가진다.

그는 할머니의 집을 돌봐야 한다. 어렸을적 쌍둥이로 했던 그 무수한 단련들에도 불구하고 '루카스'는 '그'가 없기에 한 인간이지만 반쪽짜리 인간이 되어버리고 정신을 놓아버린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그리고 나서 그는 다시 생활로 돌아온다. '이제 장날을 잊지 않고, 우유를 시어버리도록 놔두지도 않는다. 가축 돌보기도, 채소밭 일도, 부엌일도 열심히 한다. 그리고 숲에 들어가서 버섯을 따고 마른 나뭇가지들도 줍는다. 또한 낚시도 한다. '

등장인물들이 바뀐다.

둘인듯 하나였던 쌍둥이는 ' 루카스' 가 되고, 신부님은 기운이 없어져서 루카스가 돌봐야만 하는 존재가 되었다. 신부님의 하녀는 사고로 얼굴이 망가지고, 전쟁중에 간호원으로 나갔다가 죽는다. 토끼주둥이는 적군인줄 알았던 아군이 왔을 때 십여명의 그들과 밤을 보내고 역시 죽는다. 귀머거리, 벙어리인줄 알았던 그녀의 미친엄마는 사실 미치지도 않았고, 말도 할 줄 알았으며, 들을 줄도 알았다. 그러나 그녀 역시 죽고 없다.

빅토르가 있다. 서점 주인 빅토르. 그리고 빅토르가 아는 당서기 페테르가 있다. 페테르는 '당서기'로 힘이 있다. 그는 '루카스'를 돌본다. 그의 친구로 남는다. 야스민이 있다. 야스민은 아빠와 자고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는 곱추에 다리를 전다. 마티아스. 그 아이는 루카스와 '그'가 어렸을적보다 더 귀(鬼)스럽다(이런 말이 있다면, 영악하단 말로는 부족하다)

빅토르는 '루카스'에게 서점을 팔고, '책'을 쓰기 위해 누나가 있는 고향으로 간다. 어설프지만 재미있는 책 한권을 남기고 그는 누나를 죽인다. 그리고 그도 죽는다.

페테르는 '루카스'에게 묻는다. 클라우스는 어디있냐고? 그를 증명하는 어떤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고. '루카스'는 대답한다. 비밀노트가 증거라고. 그 노트를 그 둘은 같이 썼다고.

마티아스가 죽는다. 루카스는 실종된다. 서점은 페테르에게 맡겨 놓은 채.

세월이 많이 흐른 어느날 '루카스'가 서점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아니, '클라우스'가. 페테르는 말한다. 자네가 그렇게 말하고 싶다면야.  

이 세계에선 미치지 않으려면 죽어야 하고, 죽지 않으려면 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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