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태는 처음 만양루에 들어간 날이 잊히지 않았다. 경주에서 돌아온 겨울 어스름 새벽이었다. 어둠에 잠긴 사위에서 불빛을 발견하고 걸음을 옮겼더니 서재였다. 행수 어른이 밤 새워 글을 읽으시나 짐작하고 엿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빈 서재 문 앞에도 등을 밝혀두라 명령한 이는 물론 서상진이다. 진태는 만양루에서 홀로 그 새벽을 보냈다. 서책을 들어 만지고 냄새 맡고 귀 기울였다. 동이 터오자 서재로 깔리는 햇빛 속에서 멈춘 듯 움직이고 움직이는 듯 멈추는 서책의 먼지들이 신비로웠다. 훗날 조선 으뜸 장사꾼이 되면 이처럼 멋진 서재를 갖겠다고, 또 평생 불이 꺼지지 않는 방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불이 꺼지지 않는 모두에게 개방된 서재, 불이 꺼지지 않는 꽃집, 술집 말고 꽃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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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8 21: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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