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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9월
평점 :
이 책의 결론을 어떻게 내건 그건 독자의 몫이겠다.
성공과 추락, 돈과 명예에 대해 시나리오 작가 데이빗 아미타지를 주인공인 이 이야기는 '재미있다.'
더글라스 케네디, 미국 작가지만, 유럽에서, 특히 프랑스에서 더 사랑받는 작가이다.
이 짧은 책에 ( 분량이 적은 것은 결코 아니다. 옮긴이 말처럼 '빅픽처' 만큼이나 재미로는 휘몰아치는 작품이고, 책 한 권에 이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짧은) 성공과 몰락과 재기와 배신과 탐욕과 등등등이 다 담겨 있다.
데이빗 아미티지는 서점 점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글을 쓰는 작가이다. 아내인 루시는 성공하지 못한 배우이다. 이 작품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것은 데이빗의 딸에 대한 사랑이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눈부신 성공과 함께 그 성공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많이 다루고 있는데, 이 작품 역시 그렇다.
프로가 되지 못한, 대중과 평론에 인정받지 못한, 운 없고, 능력있는 예술가들은 얼마나 많은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이야기에서 그들은 '운 좋게' 성공의 길을 걷게 된다. 험란한만큼 달콤한 성공의 길 말이다.
그가 '끈기있게' '꾸준히' 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생계를 '서점'에서 파트타임 하는 것으로 유지하는 무능력한 가장으로 '작가'인 자신의 정체성을 놓지 않고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작품을 써 왔다는 점은 중요하다. 간과하기 쉽고, 현실처럼 재미도 없지만 말이다.
그런 긴긴 시간은 단 몇 페이지로 나오고, 곧바로 그가 꿈만 같은 성공의 달콤한 열매를 즐길 때, 그의 몰락은 예견되어 있다.
길고 긴 평행선으로 지리하고 고된 비정규직의 가장에서 누구나 찾는 성공의 아이콘으로 수직상승, 높이 오른만큼 깊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 과정 과정이 그야말로 숨 쉴틈 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성공은 무엇인가, 성공하기 위해, 성공한 지금, 실패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결론이 단순명료하다.
'일이나 열심히 하자'며.
죽은 듯이 자고 깨어났다. 아홉 시간을 푹 잤더니 기운이 넘쳤다. 베개에서 고개를 뗐다. 작가로서 성공을 거둔 이후 내가 얼마나 긴장감 속에서 피곤하게 살았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사람들은 흔히 성공하면 삶이 편해질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성공하면 삶은 어쩔 수 없이 더 복잡해진다. 아니, 더욱 복잡해지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한 갈증에 자극을 받으며 더욱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바라던 걸 성취하면 도 다른 바람이 홀연히 나타난다. 그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우린 또 다시 결핍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시 완벽한 만족감을 얻기 위해 모든 걸 걸고 달려든다. 그때껏 이룬 것들을 모두 뒤엎더라도 새로운 성취와 변화를 찾아 매진한다.
새로운 성취를 이루면 도 다른 의문이 고개를 쳐든다. 이 모든 걸 그대로 지켜낼 수 있을까? 모래처럼 손아귀에서 슬며시 빠져 나가는 건 아닐까? 아니, 더 나쁜 경우는 그 모든 것에 질려 버려 사실은 이전에 이루었던 게 진정 원하던 게 아니었을지 자못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