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 하워드 진의 자전적 역사 에세이
하워드 진 지음, 유강은 옮김 / 이후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첫페이지에

어느 강연 막바지에 누군가 그에게 질문했다. "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울한 뉴스들을 생각한다면, 선생님은 놀라울 만치 낙관적으로 보입니다. 무엇이 선생님한테 희망을 주는 겁니까?"

인간은 폭넓은 스펙트럼의 특질을 보여주지만, 보통 이 중 최악의 것만 강조되며 그 결과 너무나도 자주 우리는 낙담하고 용기를 잃게 된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건대, 용기는 결코 꺾이지 않는다. 역사는 거대한 적과 맞서 자유와 정의를 위해 함께 싸워 승리한 사람들의 얼굴로 가득 차 있다 - 물론 충분히 많은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 정의를 위한 이러한 싸움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바로 인간이다. 잠시라도,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순간에도 남들과는 달리 아무리 작은 일이지만 무언가를 행하는 인간이다. 또 영웅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아주 작은 행위라도 불쏘시개 더미에 더해지면 어떤 놀라운 상황에 의해 점화되어 폭풍 같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 책을 읽을 시간, 혹은 돈, 혹은 기회, 혹은 의지가 없는 분들. 혹은 그저 안내키는 분들은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 책을 다 읽었다고 해도 좋다. ( 고 내가 장담한다.)

하워드 진의 자전적 역사에세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의 이야기는 ' 그럼에도 불구하고 ' 희망' 이다.'

어떤 책이라도 별 예상 없이  별 기대 없이 읽을 수록 놀라움은 커지고, 깨달음도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 책의 머리말 ( 위에 적은) 을 넘기고 나온 이야기는 바로 미국 남부의 이야기이다. 헌법을 무시하고 인종차별이 행해지고 있는 아틀란타의 어느 도시에서 역사 속의 대규모 사건에 불씨가 지펴진 시민들의 '앉아있기' 운동! 버스 보이콧 운동, 자유승차 운동이 일어난 곳에 있었던 하워드 진의 생생한 이야기이다. 학교 다닐때 교과서에 나왔던 이야기들이다. 별 생각 없었다. 힐러리의 자서전이나 클린턴의 자서전 혹은 에릭 시걸의 '닥터스' 를 읽고, 혹은 포레스트 검프를 보았을 때도 별 생각 없었다. 나는 정녕 무뇌아란 말인가?!

그의 이야기는 선동적이다. 그저 사실을 말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할 수 없이 선동적으로 들리고, 위험하게 들린다. 그가 이야기하니,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던 사실들이 그저 또 다른 사실들로 들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 머리가 적극적으로 돌아간다.

1960년대라고 하면, 불과 40년전. 나와 일하는 그들이 겪었던 일이다.  내 시대에 그 대단하고 잘난 미국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그 사실이 새삼 말도 안되고 얼토당토 않은 일로 다가온다.

남부에서 인종차별주의자들에 대한 대항, 그리고, 베트남전쟁에 대한 반전운동과 흑인운동의 만남. 그 모든 커다란 흐름을 주도한 것은 개인의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그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이 늙지 않는 행동파 지식인은 '희망' 이란 것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이리라.

그는 어려운 어린시절을 보냈고, 2차대전 때는 자신이 하는 일에 한점 의문 없는 폭격기 조종사였다. 민간인과 항복한, 철수하는 적에게 폭탄을 2만피트 상공에서 폭격을 퍼부었고, 히로시마 원폭 소식에 전쟁이 끝났다고 기뻐했었다고 고백한다. 히로시마에 가서 그 때 살아남은 사람들을 보았고, 또 어느 곳에서 폴란드에서의 폭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만났다. 

국가를 사랑하지만, 잘못된 정책을 행하는 정부에 대해서는 불복종함으로써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하는 하워드 진의 '시민 불복종'은 그것이 사회 안정을 위협하고 무정부 상태를 낳을 수 있어 위험해 보이지만, 가장 큰 위험은 시민의 복종. 즉 개인의 양심을 정부의 권위에 굴복시키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와 같은 시민 불복종으로 이루어낸 평화를 향한, 평등, 자유를 향한 커다란 한 걸음, 혹은 작은 몇걸음에 '불복종'이란 불순해보이는 단어가 숭고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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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3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5-05-2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봤어요. 속삭이신 님. 네, 땡스투 적립금 들어왔습니다. 감사해요. 근데, 그 얘기하니깐 또 화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