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도 아니고, 화요일도 아니고, 수요일인데.
새벽부터 일어나서 깜깜할 때 동생군과 함께 나왔는데, 시장엔 이미 사람이 바글바글, 연휴 뒤 첫 날이라 그렇다.
사람도 너무 많고, 일반인도 너무 많고, 꽃도 너무 비싸고, 다들 예민예민
팔이 빠지게 꽃짐을 들고 부둥켜 안고 샵으로. .
아침부터 배송 꼬여주시고.
꽃정리 시작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하나씩. 점심 때 시장 한 번 더 갔을 때는 이미 새벽시장에서 봤던 꽃들이 다 빠져 있다. 또 팔이 빠져라 꽃집과 부자재 부둥켜 안고 샵으로.. 강기사는 나랑 솔이 집에서 왕만두 전자렌지에 댑혀 먹으며 구정을 나고 있을 때, 뭘 혼자 맛있는 걸 많이 먹고 독하게 체해서 (고등어 회 등등등을 드셨다고) 아침 비행기 못타고, 오늘 저녁에 온단다.
가뜩이나 몸도 아픈데, 일도 많고, 오늘은 바빴음 했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안 바쁘고, 내일은 많이 많이 바쁠 것 같아 걱정. 안 바쁘면 어쩌나 걱정. 다가오는 주말 부산에 친구 결혼식에 다녀와야 하고 (= 부케와 코사지), 머리가 복잡복잡 걱정걱정
그러니깐, 이 시점에서 집 나온지 열두시간만에 머리 식히며 신간마실.
에드 맥베인 <아이스>
<살의의 쐐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 다음에 읽는 에드 맥베인은 재미가 덜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지만, 짜피, 에드 맥베인이면 샀을 거다.
흥행에 대성공한 뮤지컬 [팻백]에 출연 중인 무용수 한 명이 총을 맞고 얼어붙은 길 위에 쓰러진다. 범인은 잔인하게도 가슴에 한 방 그리고 얼굴에 두 방을 발사했다.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그 총은 불과 며칠 전 삼류 마약 판매상을 죽인 총이었고, 며칠 후 조끼 주머니마다 보석을 가득 채운 보석상의 생명마저 앗아간다.
세 건의 살인 사건과 한 자루의 38구경 권총. 아무 연관도 없는 이 사건들은 미치광이의 짓일까? 그녀가 손을 댔다는 '아이스'는 과연 무엇인가? 가상의 도시 아이솔라. 그중 가장 거친 구역을 담당하는 87분서 형사들 그 빛나는 활약이 시작된다.
바버라 킹솔버 <포이즌우드 바이블>
《포이즌우드 바이블》은 1959년 선교를 위해 벨기에령 콩고로 가족을 데려간 독실한 침례교 목사 네이선 프라이스의 아내와 네 딸의 서술을 통해 미국에서 평화롭게 자라온 가족이 콩고에 던져지며 30년 간 운명처럼 아프리카와 얽히는 가족사를 다룬다. 책 제목이기도 한 독나무(poisonwood)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복음을 의미한다. 콩고어로 ‘뱅갈라’는 소중하고 귀한 것을 뜻하는 말이다. ‘예수는 뱅갈라’라고 외치는 목사 네이선의 설교를 들은 콩고인들은 이를 ‘방갈라’, 즉 독나무로 알아듣는다. 실제로 콩고의 사정과 독나무까지 무시한 네이선의 선교 정책은 미국이 아프리카를 대하는 태도와 꽤나 닮아 있다.
이 소설은 20세기 가장 극적인 정치 기록들 가운데 하나인 벨기에령 콩고의 독립 투쟁, 선거를 통해 선출된 초대 콩고 총리의 살해, 원하는 후임을 앉히기 위해 쿠데타를 지시한 CIA, 미숙한 아프리카 국가의 자치권을 강탈하는 세계 경제 제도의 교활한 행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바버라 킹솔버는 이런 질곡 어린 역사를 배경으로 콩고에 내던져진 한 가족의 비극과 놀라운 성장을 솜씨 좋게 버무려 하나의 웅대하고 슬프면서 아름다운 인간 드라마를 창조해냈다.
좋은 책, 좋은 글이라면, 소재가 그렇게 땡기지 않더라도 읽고 싶다.
요런 감동이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팀 보울러 <호텔 로완트리>
시골마을의 낡고 오래된 호텔 로완트리를 둘러싸고 연이어 벌어지는 불길한 사건들, 그 중심에서 가족과 이웃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홀로 분투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긴박하게 이어지며, 소설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족과 함께 조용한 시골마을의 낡고 오래된 호텔 로완트리로 이사 온 소녀 마야 먼로. 어느 해 질 무렵, 오빠인 톰과 집 근처의 오솔길을 산책하던 마야는 알 수 없는 무언가에 홀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숲 속으로 뛰어들고, 그곳에서 세 구의 시체를 발견한다.
<리버 보이>의 팀 보울러의 작품이다. 요즘 이런 성장소설, 청소년소설(?), 모험소설이 딱 땡긴다.
매튜 퀵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할리우드의 가장 핫한 배우 제니퍼 로렌스와 브래들리 쿠퍼를 비롯해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해 많은 화제를 모은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원작소설. 동명의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이면서도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사랑에 대한 깊이와 통찰이 돋보인다. 원작 소설은 그 이상으로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독특하고 진정성 있게 잘 엮어 냈다.
팻은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한 순간 감정이 폭발해 사고를 치고 만다. 이 사건 때문에 그는 아내, 직장, 집은 물론, 정신까지 잃는다. 가족들은 그를 정신병원에 보내서 감정을 조절하게 하고 사고 직후 생긴 기억상실증을 치료받게 한다. 4년 후 팻은 집으로 돌아왔지만 현실에 적응하기가 힘들다.
이런 그에게 유일한 낙은 운동이다. 팻은 다시 아내와 재회할 수 있다고 강하게 믿으며 아내에게 잘 보이기 위해,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 미친 듯이 운동에 매달린다. 마침 한 동네에 사는 이상한 여자 티파니가 팻의 인생에 끼어든다. 티파니는 말도 없이 팻을 졸졸 쫓아다닌다. 팻의 조깅 코스에 불쑥 나타나는가 하면 함께 자도 된다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 낸다.
영화도 재미있겠다. 소설도 보고 싶고.
이창래 <생존자>
6.25 전쟁 당시 한 산골에 세워진 고아원과 그로부터 35년여 후인 1986년 미국을 배경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전쟁으로 인해 뒤얽힌 세 남녀의 비극적인 삶과 슬픔, 그리고 나아가 인간의 가치를 말살하는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 작품이다.
2011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동년 데이턴 문예 평화상을 수상하는 등 그의 여느 작품과 다름없이 고른 작품성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2011년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를 수상자로 배출했던 노벨문학상 후보군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려 세계적인 입지를 가진 작가로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한국인 작가.
고데마리 루이 <고양이 모양을 한 행복>
어느 날 우리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는 우리에게 사랑을, 기쁨을, 행복을 가르쳐주었고, 그것으로 우리는 마음속 구멍을 메울 수 있었다. 고양이는 우리에게 찾아온 그날부터 우리의 삶 자체였다. 일본 최고의 연애소설 작가 고데마리 루이가 펼쳐놓는 두 사람과 고양이 한 마리의 마음 나눔 이야기.
버려진 고양이 한 마리와 마음속에 구멍이 하나씩 뚫려 있는 부부가 가족이 되어 나누는 사랑과 행복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고양이가 매개체가 된 부부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각자 무엇으로도 메워지지 않는 깊은 구멍을 하나씩 안은 채 두 번째 결혼에 성공한 중년의 부부가 고양이라는 향신료로 그 구멍을 메워가며 어떻게 일상의 행복을 찾아가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고양이 이야기는 읽기 전에 걱정 반, 기대 반. 늘. 그렇게.
시게마츠 기요시 <십자가>
2010년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수상작. 시게마츠 기요시는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왕따로 고통받다가 자살한 학생의 아버지가 인터뷰하는 것을 보고 <십자가>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을 본 후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2주 만에 써내려간 것. 그 정도로 몰두할 수 있었을 만큼 그는 이 작품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고백한다.
소설은 서른네 살 남자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중학교 시절 왕따로 자살한 친구 후지슌, 그 애가 남긴 유서, 그리고 거기에 쓰여 있던 네 명의 이름…. 그중 '나'는 그 애의 절친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그 애가 괴롭힘 당하는 것을 다른 아이들처럼 그냥 지켜보았을 뿐이었기에…."
되게 오랜만에 보는 시게마츠 기요시의 책이다.
요즘 땡기는 성장소설과도 닿아 있어.
책세상에서 이런게 나오고 있더라.
<루소 전집>
표지와 책만듦새가 요즘책 같지 않다. 좋다.
제프 다이어 <지속의 순간들>
지식의 거장 제프 다이어의 사진 비평집. 1800년대 초기부터 현재까지 활동한 42명의 사진작가들을 다루는 흥미로운 지적 탐험은 여러 주제와 형식, 시대를 자유롭게 종횡무진한다. 알랭 드 보통은 “사진 그리고 삶에 대한 경이로운 명상”이라 극찬했으며, 저명한 비평가이자 예술가인 존 버거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삶이 더 크게 보인다”라고 추천했다.
사진 비평집이다. 책도 예쁘고, 내용도 흥미롭다.
사진 도판이 아주 작다. 책이 작아서 그런게 아니라, 도판을 아주 작게 집어 넣었는데, 그건 그거대로 멋스럽다.
데이빗 호크니 <다시, 그림이다>
1960년대 영국 팝아트를 대표하는 팝 아티스트, 새로운 접근의 포토 콜라주를 시도한 사진가, 일러스트레이터, 판화가, 무대 미술가. 영국 최고의 화가로 손꼽히는 바로 데이비드 호크니다. 이 책은 저명한 미술 평론가 마틴 게이퍼드가 10여 년에 걸쳐 데이비드 호크니와 만나 대화한 내용을 기록한 책이다.
호크니는 그의 그림만큼이나 독창적인 시각으로 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인간들이 그것을 어떻게 재현하는지에 대해 묻고 답한다. 전통적인 풍경화부터 아이폰 드로잉까지, 오페라 무대 디자인부터 9대의 카메라를 이용한 영상 작업까지. 왕성한 호기심과 실험정신으로 다양한 매체와 예술 영역을 넘나들고 있지만 호크니가 평생 몰두한 문제는 ‘사람과 그림’에 관한 것이었다.
오, 이 책을 왜 지금 봤지? ( 라고 하면서, 왠지 지난 신간마실에 있을 것 같아 뜨끔뜨끔)
데이빗 호크니와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데이빗 호크니 좋아!
여기까지.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그겨울 연속방송이나 봐야겠다. 내일은 피곤할 틈도 없이 바쁘길!
아, 맞아, 이 책!
미국의 유명 추리소설 작가들이 공개한 글쓰기 노하우. 총 28장으로, 미국 추리작가협회 (MWA, Mystery Writers of America)에 소속된 유명 추리소설 작가들이 각자의 작법 노하우를 공개한 책이다. 그들은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작가들로, 자신만의 실패와 성공을 통해 입증된 글쓰기 방법들을 가감 없이 고백했다.
특히 글쓰기에 관한 설문 조사에서 MWA 회원 작가들은 열정으로 가득한 답변을 해주었다. 코넌 도일, 애거서 크리스티, 엘러리 퀸, 존 딕슨 카 같은 고전 미스터리의 거장에서부터, 존 D. 맥도널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힐러리 워, 에릭 엠블러 같이 미국 미스터리를 주도하는 오늘날의 작가들까지 다양하게 등장한다.
주로 '미스터리 쓰기'를 다루지만, 오직 추리소설 창작자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추리소설 쓰기를 기본으로 하지만, 다른 분야의 글쓰기에도 매우 유용하다. 단편이나 장편소설을 쓰는 작가, 신문이나 잡지의 기자, 논픽션 작가 등, 장르를 막론하고 모든 분야의 글쓰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미스터리를 포함한 모든 글을 '잘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도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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