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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후지와라 신야 지음, 강병혁 옮김 / 푸른숲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후지와라 신야의 책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의 <메멘토 모리> 를 읽고, 큰 충격을 받고, 무조건 좋아하기로 마음 먹은 작가이다. 사진집이면, 사진집이고, 에세이면 에세이지, 사진과 글이 짬뽕되어 있는 책들 중 그 시너지를 느끼는 책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생각나는건 존 버거 장 모로 정도이다. <행운아> 와 같은 책 말이다. 존 버거는 존 버거고, 그 외에는 정말 없다고 생각할 때 읽은 책이 <메멘토 모리> 이 책을 읽고, 자살한 여고생, 심경에 크게 울렁증을 주는 뭐랄까 기가 있는 책이다.
메멘토 모리 이후 오래간만에 읽게 된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후지와라 신야는 여행가이고, 사진가 이고, 작가이다. 멋진 사람.
'인간의 일생은 무수한 슬픔과 고통으로 채색되면서도, 바로 그런 슬픔과 고통에 의해서만 인간은 구원받고 위로 받는 다는 삶에 대한 생각..' '슬픔 또한 풍요로움이다.' 라고 말하는 노년의 작가.
몇개인가의 글들과 사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표지에 나온 사진은 이미지로는 잘 모르고 지나가기 십상이지만, 가로로 돌려서 보면, 수국이 잔뜩 피어 있는 앞을 흰 옷을 입은 여자가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장면이다. 첫번째 에세이인'수국꽃이 필 무렵'이란 꼭지에 들어가는 사진이다.
각각의 글들은 여운을 남긴다. 지금까지의 후지와라 신야와 다르다고 하는데, 이전의 그를 아직 잘 몰라서,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이전에 비해 힘을 빼고, 소소한 일상을 응원하는 그런 이야기라고 한다.
책띠에 후지와라 신야를 청춘의 구루. 라고 했는데, 그 청춘은 나이로 자른 청춘이 아니라, 누구라도 마음 속에 지니고 있는 그 '청춘'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청춘의 조각.이라고 해도 좋고, 청춘의 찌꺼기라고 해도 좋다. 지금처럼 무뎌지기 전에, 분명, 감수성 예민하고, 감정 풍부하던 그 청춘을 향한 글들이 아닐까.
그의 사진은 가만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거기에 얹힌 한 줄의 글은 사진과 함께 마음을 울렁거리게 한다.
이번 책에서 기억에 남는건,
'코스모스 그림자 뒤에는 늘 누군가 숨어 있다' 의 사진과 '고마워! 도쿄' 의 여자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