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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도서관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환상특급의 미덕은 무엇인가, TV 모니터 너머가 아니라, 바로 주변에서 일어날법한 공포스러운 일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TV 모니터 위로 카메라가 올라가면, TV 너머 아름다운 금발 소녀의 얼굴이 위에서부터 보이고 입이 없다. 던가, 비행기를 탔는데, 날개 위에 괴물같은 존재가 바람을 맞으며 몸을 구부린 채 내가 탄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에 장난질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던가.
그런 이야기들.
조란 지브코비치의 <환상 도서관>의 원제는 Biblioteka 도서관.이지만, 한국어 제목에 '환상'을 붙인 것은 이 단편집의 분위기를 볼 때, 꽤나 적절해 보인다.
조란 지브코비치의 <도서관>은 책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환상특급'인 것이다.
'책'에 관한, 좀 더 구체적으로 '도서관'에 관한 다섯가지 기기묘묘한 단편들이 자리잡고 있다.
조란 지브코비치는 유고슬라비아인이다. 그의 단편들에서 미국적인 환상특급.을 보았고, 일본 미스터리 단편 소설의 거장 아토다 타카시가 떠올랐다.(아토다 다카시 총서 왜 더 안 나오나요?!) 굉장히 독특한 소설 같지요?
단순명료한 문장들은 리드미컬하기 그지없고, 독자들이 설득당하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이야기에 완전히 빠뜨려 버린다.
썩소와 미소를 오가며, 단편들을 하나하나 읽다보면, 마지막 작품인 <위대한 도서관>에선 큰웃음.
저자와의 인터뷰를 읽으면서는 가슴 찡하면서도, 이런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다니, 부럽다!
<가상 도서관>에서는 세상의 모든 책이 있는 사이버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 <집안 도서관>에는 강박증 있는 주인공이 돈이 계속 나오는 지갑처럼 책, 그것도 양파껍질처럼 얇지만, 제법 잘 만든 '세계문학'을 끊임없이 뱉어내는 우편함 속의 책들을 집안에 가득 채우는 이야기, <야간 도서관>에서는 도서관 업무 시간 이후 도서관에 갇히게 되어 인생에 대한 책만 있는 야간 도서관의 사서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 <지옥 도서관>은 .. 이건 말하면 스포가 되니, 직접 보시고, (지옥에 가고 싶어졌다! 고만 말해둔다.) <초소형 도서관>은 약간 요즘의 책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이야기로 읽히고(2002년에 나온 책이니, 앞날을 내다봤나?!)
마지막 작품인 <위대한 도서관>은 그야말로 큰웃음.
아주 사랑스러운(?) 단편집을 만났고, 무조건 사랑하고 싶은 작가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