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레 시리즈의 기획에도 참여하셨던 이세욱 번역가님의 매그레 연재가 되고 있다. 열린책들 카페에서도, 그리고, 알라딘 열린책들 서재에서도.  프롤로그 이후 첫번째 올렸던 글 중 맘에 콕 박혔던거.  

심농은 알다시피 다작으로 유명하다. 평생 400여편의 글을 썼다고 한다. 매그레 시리즈도 완간 된다면 75권이라는 어마무시한 권수로 나올 예정이다.   

매그레 시리즈를 읽어 본 독자들이라면 느꼈을지 모르겠으나, 매그레는 책 속에서 파리를 중심으로 늘 움직인다. 때로는 부두가, 때로는 시골마을, 프랑스 곳곳의 풍광과 그 분위기 속에 지극히 인간적인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것이다.  

언젠가 비교할 기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매그레 시리즈에서 느껴지는 풍광들은 호퍼의 그림과도 닮아 있다. 적막하고, 쓸쓸한 것이 말이다. 무튼, 나의 이 뜬금없는 연관상상은 뒤로 하고, 매그레는 무척이나 바지런히 돌아다니며, 매그레만큼이나 주인공인 피해자나 가해자 또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곳곳을 돌아다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우선 이야기해두면.   

이세욱 번역가는 심농의 다산성의 비결을 '여행'에서 찾고 있다. 

는 것은 상당히 공감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작가들은 여행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심농처럼 거처를 자주 옮기며 글을 쓴 작가는 드뭅니다. 미국 소설가 헨리 밀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한 장소에 딱 보름씩만 머무는 것이 창작 활동에는 가장 유익합니다.> 말하자면 심농은 여행을 많이 했다기보다 글쓰기 좋은 곳을 찾아 끊임없이 <이사>를 다닌 셈입니다. 실제로 그는 한때 배를 집으로 삼고 유럽 곳곳의 강과 운하를 누비고 다니며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머물렀던 장소를 낱낱이 소설의 무대로 활용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는 단지 떠돌아다닌 것이 아니라, 늘 새롭게 접하는 공간들에서 영감을 얻었고, 숱한 만남들 속에서 사람살이의 중요한 기미를 포착했을 것입니다.  

- 이세욱 '매그레를 찍다' 中 -  

사람살이의 중요한 기미..까지는 모르겠지만, 비일상이 일상인 나의 일상이 비일상의 일상에 익숙해지고, 도태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새로운 공기를 들이마시기 위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누런 개>에 나오는 것과 같은 레기용 부두와 같은 파도가 철썩이고 짠바람이 부는 바닷가도 좋고, <교차로의 밤>에 나오는 미스터리한 삼거리가 있는 작은 마을도 좋겠다.  

 

 

 

 

그러고보니, 표지 이미지들이 다 여행의 이미지이네. (술병도 여행이미지라고 우김. 내 여행은 그럼.)  여행, 떠난다, 고고, 달린다. 움직인다, 나아간다, 다가간다, 머문다,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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