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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오더스
딕 프랜시스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난 추리소설을 밥먹듯이 읽고 있지만, 이렇게 만족스러운 별미는 오래간만이다.
작년인가 존 딕슨 카의 <유다의 창>이 재미도 있고, 작품성도 있다며, 믿을만한 매니아들이 두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추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못 읽고 있는걸 보면, 내가 지금 딕 프랜시스의 <언더 오더스>의 재미가 끝내줘요~ 라고 반짝반짝 빛나게 이야기해봤자, 별 흥미를 못 느낄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소설, 촉이 온다! 라고 페이퍼로 미리 큰소리 치고 싶었던건 한 스무장 남짓 겨우 읽었을 때부터였다.
촉이 오는! 소설이 많은 것도 아닌데, 큰소리부터 한 번 쳐볼껄 그랬다. 재밌다.
잭 리처와 매그레와 딩굴거리고 있는 말로 사이에서 읽은 딕 프랜시스다보니 별미로 느껴진건 당연한데, 그나마 번역된 딕 프랜시스의 작품들을 읽고, 시드 할리를 쫌 알아요.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별로 그렇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난 딕 프랜시스가 꽤 오래된 작가라고 생각했지. 내가 읽었던 책들이 6-70년대의 책인건 맞지만, 이 작품 <언더 오더스>는 2006년 작품이다. 읽으면서 년도를 확인 안 했기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다니, 이건 요즘 이야기 같잖아! 하면서 읽긴 했다.
이 작품은 딕 프랜시스가 혼자 쓴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이 후의 네 작품인가는 아들과 공동작업으로 나와 있다.
딕 프랜시스는 꽤나 화려한 바이오를 보여주고 있는데, 경마 기수의 아들로 태어나 경마 조교수가 되고, 2차 세계대전에 수리공으로 참여했다 돌아와 기수로 350회가 넘는 경기에서 우승 1953년, 54년 최우수 챔피언 기수였다. 그 후 기수로 승승장구하다 결국 부상이 겹쳐 은퇴하게 되고 경마 기자로 활동하다 첫 스릴러인 <경마장 살인사건>을 필두로 경마장 배경 스릴러를 쓰기 시작한다. 미스터리 작가로도 화려한 수상경력에 미국 미스터리 작가 협회로부터 그랜드 마스터 칭호를 받고, 영국 타임스가 선정한 위대한 작가 50인에 들기도 했다.
이 잘난 남자가 창조한 경마 기수 챔피언 출신에 부상으로 왼쪽 팔을 잃은 탐정 시드 핼리는 어떤 남자일까? 어떤 탐정일까?
일단 이 소설은 하드보일드물
하드보일드물에 나오는 탐정들은 쏘쿨해서 사랑 따위는 하지 않지만, 이 소설에 나오는 여자들, 전처와 현재 동거하며 사랑하는 여인의 이야기는 꽤나 재미있다. 둘 다 어떤 면에서 멋진 여자 주인공들.
슬프게도 경마에서 죽음이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후 한나절에 셋이 죽었다는 건 눈썹이나 치켜뜨고 말기에는 과하게 드문 일이었다.
로 시작하는 이야기. 기수가 죽고, 경마조작이 의심된다. 기수를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 조교수가 죽고, 시드 핼리는 죽음을 파헤치며 어딘가로부터 죽음의 위협을 받게 된다. 딕 프랜시스의 이전 책을 읽은 것이 워낙 오래되긴 했지만, 시드 핼리가 죽도록 고생했던 장면들은 기억에 남는다. 이전에 읽었던 책 속에서의 시드 핼리의 고생들이 잠깐잠깐 언급되기도 하고, 이번에는 시드가 사랑하는 마리나에게 위협이 가해진다. 이 과정에서 마리나는 시드보다 용감하고 멋지다.
딕 프랜시스 말년의 작품인 이 작품은 힘이 빠지기는 커녕, 그간의 성공적인 작품 경력을 농축해 낸 재미나고 훌륭한 작품이다.
여름휴가 추천 미스터리 하나 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