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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라트비아인 ㅣ 매그레 시리즈 1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여러가지 의미로 들릴 수 있는 제목에 덧붙이자면,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 그러나, 인간이기에 우리 중에 죄 없는 자 없고, 그렇기에, 돌을 던질 수 없었다.
미스터리 소설에는 좋은 놈과 나쁜 놈이 있기 마련이다.
도망가는 놈은 도둑놈, 쫓아가는 사람은 경찰 - 이란 어린 시절 놀이말처럼( 난 왜 어릴때 이런 놀이를 하고 놀았던 것인가;)
탐정/경찰과 범죄자.가 있다.
심농의 매그레에도 분명, 쫓는자와 쫓기는 자가 존재한다. 그러나, 단순하게 도망가는 놈이 나쁜놈이다. 라고 하기 껄쩍지근한 면이 있다. 인간은 스티븐슨 소설 속, 지킬과 하이드처럼 완벽하게 좋은 사람과 완벽하게 나쁜 사람으로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쓰고 나니, 문득 내가 완벽하게 나쁜.. 여기까지)
무튼, 기승전결도 뚜렷하고, 니 편, 내 편도 뚜렷해야할 추리소설 속에 이 놈이 나쁜놈인데, 이 놈을 잡고 사건이 마무리 되었으니, 인과응보와 사건해결의 카타르시스를 느껴야 하는데, 여기엔 그게 없다는 말이다.
대신에, 심농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매그레 반장의 눈을 통해 범죄자 탐구생활을 한다.
여느 추리소설처럼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경찰이 있으며, 사건 해결의 기승전결이 잘 짜여져 있다.
동시에, 이것은 심리소설이고, 주인공, 범죄자일때도 있고, 희생자일때도 있다, 의 살아온 역사를 파헤치는 추리를 하는 추리소설이다. 인간을 추리하는 것이다.
매그레 시리즈 첫번째, <수상한 라트비아인>에서
매그레는 유럽을 돌고 돌아 파리에 온 범죄의 거물인 라트비아인을 대놓고 추적한다. 대부호와 어울리며, 완벽하고 느긋한 모습으로 매그레 반장의 속을 긁던 녀석이 매그레 경감의 우직하고, 돌 같고, 거대한 존재감에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아니, 어쩌면, 그의 무너지는 모습을 적나라하고, 박력있게 느낄 수 있었던건 매그레 반장 덕분이다.
그가 바라보는 인간은 '탐구하기를 멈추지 말하야 하는 존재' 이다. 포기하지 않는 매그레 경감 덕분에, 독자들은 순수악도 아니고, 순수선도 아닌, 범죄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요즘 미스터리의 범인들에게는 범죄에 이유가 없다. 사이코패스가 대세라면, 대세. 매그레 경감의 범죄자들에게는 일생을 건 이유가 있다. 죄는 나쁘지만, 사람을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목숨 걸고, 일생 건 이유. 매그레의 시선이 그들에게 마냥 따뜻한 건 아니지만, 마지막까지 사람을 알고자 하는 그의 의지는 불굴에 가깝고, 불굴에는 미움과 동정을 넘어선 이해가 남기 마련이다.
이런 매그레의 장점이 시리즈 첫 권에서부터 느껴질 수도 있고,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뒷시리즈 읽을수록 더욱 뚜렷하게 느껴질 것이다.
나는, 뭐, 그냥, 얇고 예쁘니깐, 한 번 읽어보시던지. 라고 이야기했던 쪽이지만,
지금까지 나온 네 권을 읽고 나니, 추천에 전혀 망설임이 없어졌다. 굳이 미스터리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이 책은 읽어볼만하다. 행여, 취향 아니더라도, 두 권까지는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