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트와 붉은 머리 형사는 각자 전화를 붙들고, 확신도 없이 통역사를 찾아 전국 일주 중이다. 나는 그 탓에 전화선이 포화 상태가 되지 않기를, 폴 드케르뫼르가 전화할 경우를 대비해 선 하나는 남겨두기를 바랏다.
하지만, 동시에 은근히 불안한 기분과 함께 그 반대를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부조리라는 것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습관처럼 자리 잡는지 기함할 지경이었다. 나는 여전히 나 자신을 확신했지만, 남들에 대해서는 점점 확신을 잃어갔다.
잘쌩긴 디디에 반 코뷜라르트의 <언노운> 을 읽었다. 적은 분량이지만, '나는 누구인가',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를 펼쳐나가.... 나 싶었더니, 뜬금없는 xx 드립으로 빠지더니,
' 나는 내 의지가 가진 능력을 믿는다. 나는 분명 나라고 믿었던 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며 마무리. 끝에가 흐지부지여서 투덜거리는 책들은 많지만, 클라이막스만 흐지부지인 책은 또 처음일세 -
쨌든, 작가는 잘생겼다.
파란눈에 삐딱한 미소 - 멋있다.
사폰의 안개 시리즈 중 첫번째, <9월의 빛>
잊고 있었는데, 사폰은 인간에 대해 긍정적인 작가다. 슬프건, 못 됫건, 기본적으로 착한 이야기와 착한 사람들을 그리는 작가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요트에 대해 물어보지마." 한나가 경고했다.
"물어보더라도 그걸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묻지마. 그렇지 않으면 쉬지도 않고 몇 시간이고 그것에 관해서만 말할테니."
"그건 집안 내력이구나..."
그러자 한나가 성난 눈으로 그녀를 쳐다 보았다.
"게들이 널 먹어치우도록 이 해변에 널 그냥 버리고 갈 수도 있어."
"미안해."
"그래, 나도 인정해. 하지만 내가 수다쟁이처럼 보인다면, 우리 대모님을 만나볼 필요가 있어. 우리 대모님과 비교하면 난 꿀먹은 벙어리에 속하거든."
두 소녀의 투닥거림, 여기서 사폰식 마무리는
"난 그분을 틀림없이 좋아하게 될 거야."
이레네는 두 사람이 서로 빈정대면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지켜보았다. 그 다툼에는 악의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아니 그건 따분한 일상에 후추를 덧뿌리는 필요한 싸움 같았다.
따분한 일상에 후추를 덧부리는 악의 없는 티격태격
" 날 그곳으로 데려가줄래?" 이레네는 이렇게 물으면서 귀신 해적의 황당한 이야기를 믿는 척 했다.
이스마엘의 뺨이 약간 붉어졌다. 그건 곤란하다는 말이었다.
다시 말하면, 위험하다는 의미였다.
"박쥐들이 있어. 그래서 이름이..." 이스마엘은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이렇게 얼버무렸다.
"난 박쥐를 몹시 좋아해. 날아다니는 쥐들이잖아."
날아다니는 쥐인 박쥐를 좋아라하는 독특한 여주 캐릭터.
착한 사람들이 주인공인 귀여운 에피소드들, 장난감 제작자인 거부가 나오고, 그에게는 로체스터 같은 비밀에 쌓인 아내가 있다. 신비로운 이야기와 소년과 소녀의 첫사랑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