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래된 말 중,
1월은 가고,
2월은 도망가고,
3월은 떠나간다.
라는 말.
그럼 4월은?
2011년이 시작된게 어제 같은데 .. 라고 말한다면 거짓부렁이겠지만,
2월은 말그대로 도망가버렸고, 3월은 말그대로 떠나간듯하다. (아님, 2월 따라 도망갔거나)
그렇게 4월이 시작한지도 어제 같은데(이건 진짜!) 벌써 4월의 일곱째날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가노 도모코의 <유리기린>은 <손안의 작은새>가 좋았어서 '가노 도오코의 책을 다 사보리라.' 하는 마음으로 샀던 책 중 하나다. 이 작가는 여성의 섬세함을 묘사하는데 일가견이 있고, 단편 연작을 만드는 솜씨가 있다. 다만, 결말만은 미묘하게 미완성이라던가, 급작스러워서, 100프로의 완벽함보다는 애매한 섬세함.이라고 해도 좋겠다.



손안의 책에서 나온 앨리스 시리즈 외에 노블마인에서 나온것이 이 작가의 불행-_-; 저 표지라니, 게다가 이번 기회에 깨달은 양장본에 책끈 없는 노블마인의 책. 이번에 살림에서 나온 저 비행클럽도 만만치 않다.
이 작가, 대단히 섬세하고 세련된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이 사람들아 ㅜㅠ 아유, 안타까워.
나는 표지 때문에 책을 사지 않는다고 과감히 이야기하는 편이다. 돌배게의 책중독자, 더러운 코딱지 같은 표지 때문에 안 산다 퉤퉤. 이런식? 유리기린이나 손 안의 작은새도 전혀 내 취향이 아니고, 전철에서 책커버 벗기거나, 씌워서 가리고 볼 표지다. (이런거 신경쓰는 된장녀라 미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을 붙인다.
너무너무 좋아서 마구마구 추천하는 작가가 될 일은 없겠지만, 이 감수성을 좋아하는 사람은 꽤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 중에 저 망측한 그림표지 때문에 이 책에 손이 안 가는 사람도 있을테니깐, 출판사에 대한 강한 원망과 약간의 저주를 담아 이 작가를 추천하는 바이다.
저자는 호주에 사는 프랑스를 좋아하는 아줌마다.
토끼같은 네 명의 자식들과 곰같은 남편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에 살아보겠다.며, 여행이 아닌 사업을 구상하고, 살 집을 구하는데, 그게 ..... '성'이다.
성, 캐슬, 그 왜 왕이나 영주가 사는 그 성. 맞다.
'프렌치 테이블'이라는 이름으로 미식여행, 프랑스 시골에서의 휴식여행, 유명쉐프를 초빙해서 요리여행. 뭐 이런걸 구상한 것이다.
두 가지.
오래된 성, 아, 이 성은 비교적 어린성으로 19세기 중반의 성이다. ^^; 을 바닥부터 천장까지 하나하나 청소해나가는 과정.
'청소는 정신건강에 좋다고, 나 혼자 청소를 시작했...' 어쩌구 저쩌구 그러는데, 뒷말은 안 들어오고, 음, 청소가 정신건강에 좋다고?
아.. 나는 이런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도, 앞으로의 내인생에도 말이다.
맞는 말같아. 가끔 작은 빨래나, 설겆이나 하고 있으면, 마라톤하이.처럼 설겆이하이. 이런거 느낄 때 있으니깐.
어젯밤 말로를 데려왔다.
집정리를 하고, 학원을 가고, 꽃시장을 가는 와중에
잠깐씩, 친구집에 들러서 말로 밥주고, 티비를 보고, 밥을 먹고, 그랬다.
아.. 평온한 순간들.
소란뻑쩍지근한 이사전후의 내 삶의 오아시스같은 곳.이었다고나 할까.
고마움을 담아 말로를 생각나게 할 ^^ 접시와 웰컴 플라워와 (친구는 출장 갔다가 오늘 새벽에 도착한다고 했다.)
가기 전에 못 사서 아쉬워한 (토요일에 내가 인바이로삭스 좋다며 엄청 침튀며 이야기했는데, 일요일에 출장가느라 못 산 친구) 인바이로삭스 두 개와 카드를 올려두었다.
이 이야기를 갑자기 왜 하냐면,
우리 사이에 집 깨끗이 써라. 던가, (그래도 말로가 벽지에 스크래치 한 번 한 건 약간 신경쓰이지만 -_-;) 말끔하게 청소해두고, 말로를 맡을 수 있다.던가. 하지 않는다만,
말로 고양이털 떼다 말고, 무인양품 카펫 먼지/털 제거 종이롤(이게 제일 좋다.) 을 두고 왔고,
바닥에 말로가 흘린 모래는 손으로 대충 쓸어 담았다.
내가 라면 끓여 먹은 설겆이하면서 친구가 쌓아둔 설겆이를 하는데, 기분이 좋아졌더랬다. '청소는 정신건강에 좋아' 라는 이야기 때문에 빠진 삼천포.임. 근데, 정말 예쁜 그릇이 많았어서 그냥 그릇 구경하는 기분에 좋았던 것일 수도.. 이담에 친구 있을때 가서 그릇 좀 얻어와야지. 하는 맘이 (맘만, 우리 집의 그릇은 어쩔 ㅡㅜ) 들었다나 모라나
프랑스 시골에 성을 사서 살 일은 없겠지만, 그 비슷한 짓을 하게 된다면, 이 친구와 같이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했다. 그러니깐,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이 되게 좋은 일 같이 느껴졌다.
'프렌치 테이블'은 사진도 무척 평화롭고, 프랑스 시골스럽고, ... 응? 그러니깐, 예쁘고 멋진 사진들만 예쁘고 멋지게 올려 놓은게 아니라, 친근한 느낌의 사진들이라 맘에 든다. 그리고, 이 가족의 이야기도 맘에 들고.
마지막으로 ..
방사능비인지 뭔지가 내린다는 오늘, 목요일, 이 책이 생각난다.
노년에, 인생에 더 이상의 턴은 없을꺼라고 생각한 노년에 새로이 열리고, 닫히는 문들.
춥고, 늙었고, 죽음은 친한 친구처럼 늘 곁에 있고, 외로움은 달고 살고,
그러다가, 어떤 일이 생기고, 가속이 붙어 굴러가기 시작한다. 노년의 인생이.
얼음을 깨고 알몸을 담구는 얼음목욕정도로나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이 늙은 인생. 헤닝만켈은 물론 추리소설로만 접했지만, '추리'가 아니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