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언제?
 if not now, when? 

 

 

 같이 있는데도 혼자 있고 싶다고 한다. 멘델은 혼자 빙긋이 웃었다. 그는 종종 혼자 있을 때도 같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치에 처형된 아내가 떠오르면 더욱 그랬다. 멘델은 레오니드가 잠자는 척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거리고 있었다. 연약한 들꽃처럼 속으로 흐느껴 우는 듯했다. 멘델도 눈시울이 뜨거워져 왔다. 더 이상 말을 거는 것은 꽃을 꺾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꽃은 계속 자랄 권리가 있지만 나한텐 꽃을 꺾을 권리가 없다. 멀리서 별똥병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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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이 고개를 살짝 돌려 횃불에 비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레오니드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 작고 호리한 몸매에 검은 눈동자를 지녔는데, 유난히 머리카락이 짧았다. '처음 같이 보초를 설 때도 느꼈지만 뭔가 좀 산만한 아가씨야.'
멘델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딘지 모르게 복잡미묘해 보이면서 줄기 없는 가지에 잎만 달린 같았다. 레오니드에게도 라인이 그다지 어울리는 여자 같지는 않아 보였다. 서로를 충전하는 관계가 아니라 방전하는 관계로 보여 멘델은 늘 가슴이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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