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석(아랍제국을 말하는 듯하다)의 남서 2천 리 되는 곳에 나라가 있다. 그 산속에 자라는 나무들의 가지에는 사람 머리가 꽃처럼 달려 있다.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해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건 단지 웃을 뿐이다. 그러고는 계속 웃다가 떨어져버린다.  

이런 희한한 이야기는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징그럽고 비현실적인 느낌과 동시에 아기처럼 천진무구한 데가 있다.  

- 쓰루가야 신이치 <책을 읽고 양을 잃다> 중 당나라 말기 시인, 단성식이 편찬한 괴이한 이야기 '유양잡조' 10권에 나와 있는 이야기 -  

 사람이 꽃처럼 매달려 단지 웃다가, 계속 웃다가 떨어져버린다.는건 얼핏 생각하면 그로테스크하지만, 왠지 처연하고 아련한 뒷맛이 있다.   

.. 라고 이야기하는 건 역시 이상한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나만이 아니라 이 글을 옮긴 저자, 쓰루가야 신이치도 천진무구하다고 하고 있으니깐, 나만 이상할 수는 없지. 하는 비겁한 마음으로 마음에 든 글귀 옮겨 놓기.  

 다시 보니... 왠지 일본스럽다.고 생각하지만, 헤이안 시대 요괴 같은 느낌 말이다. 당나라 말기의 괴이한 이야기라고 하니, 당나라스럽기도 한 것 같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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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양을 잃다> 는 제목이 무슨 뜻인지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는데, 맨 뒤에 후기야 나온다.  

' 제목은 <장자>에 있는 '독서망양讀書忘羊' 의 고사에 따른 것이다. 양을 치던 남자가 너무나도 독서에 열중한 나머지 양을 잃어버렸다'고 하는 이야기  

저자가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는 이렇다.  

' 생각해보면 편집자로서 날마다 책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면서 여가에 독서하는 일이 어느 정도는 의무라는 생각과 더불어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으로 30년을 보냈다. 재미있는 구절을 만나 나 자신도 모르게 책에서 얼굴을 떼고 잠시 생각에 잠길 때면 과거에 읽었던 여러 책 속에서 비슷한 구절이 하나하나 생각난다.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뚜렷한 목표 없이 떠오르는 연상의 일단을 이렇게 적어보았다.'  

고. 그러니깐 이 책은 독서를 일이자 의무이자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으로 30년을 보낸 한 편집자의 의식의 흐름인 셈.
두 가지. 첫째, 좋아하는 일.이 일이 된다는 것은 그 일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통념이 있는데, 그것은 그 일을 덜 좋아해서일까? 그러니깐, '일'의 고로움이 더러움을 끼치는 것 정도는 개의치 않는 열렬함이 필요한데 말이다. 둘째, 연상의 일단, 의식의 흐름이라는 건 이렇게나 그 사람을 드러낸다.  

이 책은 제 48회 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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