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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놀 천사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 단 한순간일 텐데?"
나쓰코는 웃음을 잃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래요, 아마 단 한순간이겠지. 하지만 한순간이라는 척도는 아주 모호한 거야. 한 순간을 영원으로 여기는 척도가 있는 것도 좋잖아요?"
- '특별한 하루' 中-
아사다 지로의 책들을 대충 다 읽어왔던 나에게 이 책은 너무 신파였다. '칼에 지다' 같은 시대물이 신파인 것은 눈물 좍좍 쏟으며 읽을 수 있었지만, 현대물이 신파인건, 좀 시대에 뒤쳐진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
그러나 신파와 애잔함과 환상 사이 어디엔가 아사다 지로는 발을 걸치고 있고, 글솜씨 하나만은 그 재능을 타고 난 작가이다.
언젠가 페이퍼에 썼듯이, 여자 작가로 다시 태어난다면 사강처럼, 남자 작가로 다시 태어난다면 아사다 지로처럼 살고 싶다니깐. 이란건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상관없는 이야기 한 김에, 난 아사다 지로가 기차, 겨울 이런 이야기 하면 막 눈에 물이 찬다. 아사다 지로의 작품 중 <철도원> 단편집을 가장 좋아해.
이 책에는 여섯개의 단편이 나오는데, 그 순서가 절묘하다. 마지막에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한 '나무 바다의 사람' 이라는 짧은 단편의 여운이 길다. 이 전 다섯개의 단편과 꽤 다른 이야기이지만, 왠지 그 톤이 이어져 있기도 한. 사실 마지막 단편 뿐 아니라, 여섯개의 단편이 다 각기 다른 형식으로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 주제는 바로 .. '저녁놀' .. '황혼'이다. 표제작이 '저녁놀 천사'인건 그런 의미에서 적절
각각의 단편에 대한 줄거리는 책소개에 줄거리도 마침 나와 있으니 참조하시고.. 그러나 별로 참조가 안 되는 것이, 평범한 이야기를 감수성 돋게 이야기하는 아사다 지로의 매력,능력인지라.
흠잡을 작품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 단편집 속의 '특별한 하루' 라는 다른 단편들보다 조금 긴 단편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꼭 추천하고 싶다. 울컥울컥 감동도 주고, 어쨌든 희망도 이야기하고 있으며, 여기, 지금,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 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사다 지로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철도원' 만큼이나 좋았던 단편이다.
인생의 저녁놀이기도 하고, 인생의 황혼이기도한 이야기들이지만, 아니, 이야기들이어서, 이 겨울에 꽤나 잘 어울리는 이야기들이기도 하다.